이 책은 띠로리소프트라는 굿즈 숍을 운영하는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좋아하는 인형을 잔뜩 만들며 돈도 벌고 있으니 이를 덕업일치라 하는 건가. 나도 하고 싶다. 덕업일치란 거 말이다. 작가님이 만드는 인형은 바비인형같이 아름다운 비율을 자랑하지도 치밀한 것과도 다소 거리가 있어 조금 허술해보이지만 포근하고 귀여운 맛이 있다. 별 기대없이 그저 소소하고 귀여운 글을 예상했는데 작가님이 생각보다 글을 잘 쓰신다. 그리고 조금은 느슨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럼 인상 깊었던 부분 남겨 보겠다.P. 51 '어딘가 못하는 부분이 있어야 인간미도 있고 좋죠'같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괴짜처럼 보일까 봐 굳이 말하지 않지만, 나는 내 그런 서투른 부분들과 그로 인한 실수들이 재미있다. 그래서 그냥 둔다.이거 은근 기존쎄 멘트.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만큼 강인한 것이 있을까. 더 나아가 재밌어서 내버려둔다니. 하긴, 애초에 덕업일치를 한다는 거 자체가 어찌보면 니들이 뭐라고 떠들든 나는 나 좋을대로 산다라는 마인드 아닌가.P.80 내가 만드는 인형들이 주로 하찮고 힘없는 인상을 주기에 못 믿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형들을 자세히 보면, 기본적인 구조는 아주 확실한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다만, 허술한 인상은 못생기고 웃긴 표정에서 나온다. 단지 그 표정을 만들기 위해 그 모든 과정을 견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 143 보통은 사람들이 따뜻하거나 다정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하면, 그저 머뭇거리다가 '당신은 정말로 착한 사람 같다'고 해버린다.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당황한다. '착하다'라는 말은 어떨 때는 '바보처럼 착해 빠졌다'라는 의미로 미끄러지니까.P.192 인정하기로 했다. 민들레 홀씨가 장미나 튤립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중략)... 나의 어설픔은 늘 언젠가는 탄로가 난다. 그러니 '언제쯤 들킬까?' 전전긍긍하지 않고 바로 체면을 벗어던지는 게 편하다.P. 231 혼자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는 일은 어리숙하던 시절에 끝낸 지 오래였다. 사람들과 무언가를 약속할 때, 팔 할은 안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건 오랜 세월 체득한 방어기제와도 같았다. 나를 상처 입지 않게 도와주는 '어른다운'방법이기도 했다.안 될 거라고 예상해도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는 그게 잘 안 되던데. 상처야 덜 입겠지만 나는 마음껏 기대하고 마음껏 실망하는 내가 좋다. 세상일은 내 맘처럼 되지 않지만 내 맘처럼 되지 않기에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일도 생기는 거 아닌가. 뭐 나는 그렇다고, 아님 말고.책을 읽고 난 나의 감상은 작가님이 왠지 조용한 별종같다는 느낌. 나쁜 의미 아니고 좋은 의미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은 의도한 바와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님의 독특하면서 잔잔한 글에 스며들 것이다. 삽화와 인형도 마찬가지다. 작가님의 인형을 닮아 허술해보이지만 막상 열어보면 그 중심에 나름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글이 읽는 재미를 준다.* 이 글은 서평단당첨 후 푸른숲출판사에서 책을 받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