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왕자
이정록 지음,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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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 아니고 애 엄마도 아니고 심지어 조카도 없는데 동화책 리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막상 읽으니 나름 즐거웠다. 서평단 모집을 할 때 신청하신 분들 댓글을 보자니 시를 쓴 이정록 작가님과 그림을 그린 주리 작가님의 #달팽이학교 가 꽤 유명한가 보다. 두 분의 신작 오리왕자는 달팽이 학교를 재미나게 보신 분들께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소풍이라도 가려는 듯 예쁘게 차려입은 하얀 엄마 오리 뒤로 귀염둥이 노란 오리 다섯 마리가 졸졸졸 따라간다. 마지막에 있던 다섯째 오리가 넷째 오리에게 묻는다. "앞에 엄마 있어?" 뭔가 어린아이다운 질문이다. 자그마한 막내에게는 맨앞을 걸어가고 있는 엄마가 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엄마가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겁이 나기도 하고 엄마가 보고 싶기도 한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왠지 그 마음 나도 어렸을 때 종종 품었을 것만 같다.

엄마가 보이지 않아서 엄마를 찾는 막내 오리에게 가족들은 차례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그 말은 나에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있으니 막내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로 들렸다. 그 사랑은 불안해하고 겁을 먹고 있던 다섯째 오리를 강해지게 했다. 막내 오리는 맨 뒤에 있는 것이 더이상 두렵지 않았다. 독수리도 악어도 무서워하지 않을 만큼 용감해졌다. 위축된 마음은 커다래지고 커진 마음은 호수를 지키는 왕이 되겠다는 포부로 이어졌다.

역시 사랑은 힘이 세다. 사랑을 담은 말인지 아닌지는 바보도 알며 말 못하는 짐승도 안다. 그리고 사랑은 감정이든 뭐든 좋은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상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를 주거나 혹은 바라기만 하는 것은 그저 자기애의 연장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랑은 한 존재를 건강하게 하고 강해지게 한다. 이렇게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막내 오리가 장성해서 호수의 왕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동화책인지라 텍스트가 별로 없어서 리뷰를 어떻게 쓰나 했는데 그래도 쓰니까 써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시란 이렇게 함축된 언어를 통해 읽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책 속에 그림 또한 예뻤다. 막내 오리도 이쁘게 생겨서 처음에 여자오리인줄 알았는데 제목도 오리 왕자고 왕이 되겠다는 걸 보면 남자 오리인가 보다. 막내 오리가 가족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서 원하는 대로 호수의 왕이 되기를.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 읽어주는 부모님들도 읽는 아이들도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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