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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이 책은 2023년 봄 현재 가장 사랑받는 SNS 감성 포토그래퍼 포스터샵, 유래혁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책에는 포스터샵의 감성 사진 50여장과 65편의 러브레터가 들어있다.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나는 참 부럽더라. 정말 다시 태어나야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로 재능이 없는 것이 사진이다. 포스터샵 계정 피드에 가면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사진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글도 글이지만 사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어떤 페이지를 열어도 사랑, 또 사랑인지라 처음에는 속이 적잖게 쓰렸다. 근데 또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마냥 핑크핑크하지만은 않다. 혼자였던 시간도 적혀 있고 최소 한 번 이상 헤붙을 한 듯한 작가님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책 제목을 가만 읽어보자면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이다. 싸운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됐던 것이다. 그 대상은 '희'라 불리는 분. 그 분은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볼지 궁금하긴 무슨 엄청 좋겠지. 이 책은 '희'라는 특정한 사람에게 향하는 연서이자 올 봄 사랑을 마음에 품은 혹은 품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러브레터이다.
그럼 책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남겨보겠다.
P. 40 뻔뻔한 젊음이 되어, 더 자주 사랑할 겁니다.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얇디얇은 모순에 가로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P. 133 들이마신 만큼 내뱉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를 사랑한 만큼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기억하자. 들숨과 날숨이다.
P. 149 나는 사랑에 어설픈 게 아니라 어리석었습니다.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둔 채 당신을 몇 번이나 초대한 겁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서는 당신 뒷모습을 보며 속상해하던 나는 얼마나 우스운가요.
P. 168 그래, 너의 방황은 순전히 사랑이 많은 탓이다. 사랑은 두 군데가 동그랗고, 한 군데가 뾰족하니까. 그러니 삼분의 일 확률로 찔리고 슬퍼할 수밖에 없다. 하나라도 더 껴안으려면 반드시 뾰족한 쪽을 자신의 가슴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P.201 서로를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우리가 예뻐서 예쁜 게 아니고, 예쁘다고 말해줘서 예쁜 거다. ...(중략)... 예쁜 네 목소리, 예쁜 네 손, 예쁜 생각, 예쁜 말들. 참 예쁘다. 예뻐하는 마음이 참 단순하게도 생겨서 네 어디가 예쁜지 물어봐도 하릴없이 웃을 뿐이다.
사실 요즘 봄이 한창이라 내가 지금 살짝 심술이 나있는 상태다. 얼마 전에 봄을 주제로 한 글을 적은 적이 있는데 거기다가 청승을 아주 제대로 떨어놨다. 그런 내가, 입이라고는 밥 먹을 때랑 말할 때밖에 안 쓰는 내가, 입에는 입맞춤 기능도 있다는 걸 꽤 오랫동안 잊어버린 내가, 이런 책을 읽는 거 참 쉽지 않았지만 읽다보니 이 책의 글들이 어찌 보면 '확언' 같은 기능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랑을 하든, 사랑 그 언저리에서 쌈닭같이 맨날 쌈질만 하든, 사랑이란 감정에 잠시 무감각해졌든, 이 책은 읽는 분에게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다소 삭막해졌을지도 모를 마음을 조금은 말랑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서툴지만 진지하고 용감하기까지한 사랑에 미소가 지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