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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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라는 제목에 끌렸다. 기자 출신에 뉴스 전문 제작사 래플러의 설립자인 그녀가 책의 제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마리아 레사라는 인물의 자서전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필리핀 근현대사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필리핀 두테르테 독재정부와 페이스북을 고발한 대가로 온갖 공포와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 그녀에게 씌워진 혐의는 열 건이며 번번이 잡혀가지 않기 위해 보석금을 내야 했다. 그들은 거짓정보와 댓글조작 등을 통해 그녀를 음해하고 거짓을 덧씌우고는 했다. 온라인 공격을 받을 때마다 그녀의 위신과 온라인 플랫폼 래플러 계정의 신뢰도는 떨어졌지만 그녀는 그들과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사실 나는 정부도 언론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인데 왜 온라인 플랫폼 조작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았을까. 권력을 너무 정치같이 물질화된 세상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개념으로 생각한 걸까. 가상세계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권력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조회하고 클릭한 자료를 통해 연관 게시물을 노출시켜주는 이 편리한 알고리즘이 역으로 현실을 조작하고 공포를 전염시킬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책에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문장을 조금 가져와 보았다.


P. 111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서 가장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 그 맨 얼굴의 비극과 기쁨을 경험하고 기록하는 특권을 누렸다. 함께하는 그 순간이 특권이라는 것을 잊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나는 온갖 상황 속으로 걸어들어가 듣고, 배우고, 받아들이고, 솔직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은 언론은 신뢰와 함께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취재 대상이 당신을 신뢰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당신의 기사를 통해 청중들과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P. 322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에 익숙해진다. 두려움이 줄어든다. 나쁜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의 임상적으로 해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다는 걸 안다. 최악의 상황에도 언제나 긍정적인 면이 있는 법이다. 내 경우에는, 감옥에 간다면 잠은 잘 수 있겠다.


P. 333 나는 포기할 수도 있다. 굴복할 수도 있다. 항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겠다.




그래서였을까.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에 투명성과 진실성으로 맞서는 그녀의 고군분투는 가히 드라마틱하다고까지 느껴지는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진다. 거짓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어쩌면 정답같은 건 없는지도 모르겠다. 권력의 현실 조작 시도 속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아나가야겠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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