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미니북)
알베르 카뮈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이방인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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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은 타인을 어떠한 기준에서 판단하는가.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기준에서 타인을 바라본다. 개인적 경험에 따른 판단,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의 판단, 그리고 사회적 통념에 따른 판단. 세 기준 중 어떠한 기준이 맞다고, 혹은 틀리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러한 기준들이 절대적일 순 없다는 것은 이 책을 예시로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뫼르소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덤덤한 인간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애인과의 대화 속에서도, 거친 행동을 하는 이웃 주민과의 대화 속에서도, 자신을 평가하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그는 일정한 본연의 온도를 유지할 뿐, 감정에서 큰 변화는 없다. 그의 속마음도 무던한 편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더욱 평온하다. 격한 감정의 표현도 없고, 남을 심하게 싫어하지도 않는다.
2) 사람들은 그런 그를 여러 갈래로 판단한다. 어머니에게 무심했던 아들,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안타까운 사람, 남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그냥 성격이 무난한 이웃 주민 등 자신이 살아오면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겠거니 하는 개인적 경험에서 판단한 뫼르소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속으로 뫼르소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라도, 그가 특별하게 모난 행동을 했다든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악의를 가지고 그를 판단하진 않았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살인사건을 계기로 달라진다. 사건을 계기로 재판을 받게 된 뫼르소를 대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이 괜찮게 생각했던 지인이거나 사랑하고 있는 그의 연인은 그를 무조건 도우려고 했다. 그가 어떠한 것을 의도했든 그것은 중요치 않고, 당장 있을 재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게 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그들의 증언 속에서의 뫼르소는 원래도 좋은 사람이었지만, 정말 수상한 점이 하나도 없고, 나쁜 의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진하고 순박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뫼르소는 이미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와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은 그가 했던 행동을 있었던 그대로 말하지 못한다. 과거에 그들 곁에 있던 건 살인하기 전 일반인 뫼르소였지만, 다시 기억을 떠올릴 때의 뫼르소는 이미 살인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뫼르소에게 특별한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그가 사람을 살인했기 때문에 그가 전에 했던 많은 행동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가 원래 살인을 언제든 할 가능성이 있었던, 타인과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사회 부적응자였던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들의 증언 속에서의 뫼르소는 왜곡된다.
3) 증언하는 사람들은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실제로 재판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판사, 변호사, 검사이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에 따른 역할이 명확히 있다. 판사는 뫼르소가 정말 나쁜 의도를 지니고 범행을 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가려야 할 의무가 있고, 변호사는 그의 의도나 선악의 유무와 관계없이 피의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검사는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적절한 죗값을 치르도록 재판을 이끌어갈 의무가 있다. (사실 판사가 왜 신을 믿느냐고 따지고 물으며 그의 선악 유무를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판사가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재판의 결과에 있어서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넘어가겠다) 이러한 의무는 변호사와 검사가 뫼르소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적 판단으로 뫼르소가 나쁜 의도를 가졌는지, 뫼르소의 범행동기를 이해할 수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뫼르소가 최대한 불리한 말을 하지 않도록 막고, 형량을 감하는 자신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 때문에 뫼르소가 말을 하려고 해도 막고 자신이 대변 아닌 대변을 했다. 반면에 검사에게 뫼르소는 중형을 받아야 할 범죄자에 불과하다. 그에게 증인들의 증언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그가 평소에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살인할 계획을 세우게 만든 복선이 된다. 그는 뫼르소를 패륜적 인간이고, 그의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살해한 범죄자로 표현하는데, 이는 그가 검사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그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그들의 역할에 따라 뫼르소를 판단할 뿐이다.
4)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뫼르소가 어떤 사람이었나를 판단하고, 그가 나쁜 사람인 것을 증명하는 데에 사회적 통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던 것은 그가 무정하고 어머니에게 무심한 아들이었기 때문이고, 어머니 장례식 이틀 후 그가 연애를 시작한 것은 그가 어머니의 죽음은 괘념치 않고 사랑에 눈이 먼 패륜아이기 때문이고, 그가 평소에 평판이 좋지 않던 사람과 친한 것은 뫼르소 역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들의 통념 속에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뫼르소는 그런 말들에 반박을 할 수 없다. 꼭 그런 케이스들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 자리에서 당장 증명할 수도 없거니와 증명한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다. 그런 상황은 그를 완벽하게 죄인으로 만든다. 그의 없던 의도는 사회 통념적 판단때문에 왜곡되고, 이는 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좋은 기회가 된다.
5) 이방인을 한번 읽었지만, 참 어렵고도 복잡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방인은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씩 생각해봐야 할 가치 판단의 오류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뫼르소는 어떤 사람이었나? 내가 판단한 뫼르소는 어떠한 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었나 생각하다 보면, 내가 그동안 사람을 판단할 때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했었는지, 그곳에서 오류는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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