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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킹 홀리데이
SorA 이하늘 & Re A 나은정 지음 / 이비락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책표지와 디자인, 그리고 낯선 이국에서의 생활이라는 주제에 끌려 책을 잡았지만 결국 한숨끝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야했다.
일본 워홀을 위한 책? 그냥 한국에서 그럭저럭 잘먹고 잘살고, 영,한,일어에 모두 능통한 여자 두명이 한국에서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하다가, 현해탄 건너가서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았다 라고 재미 없게 풀어낸 책이다. 더해서 한 여자는 잘사귀던 연인과 뭐가 틀어졌는지 비록 돌려 쓰긴 했어도 책 중간 중간 챕터 넘어가는 장면에 실린 가벼운 연애글귀들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글쎄, 우리나라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모월드에서 한창 잘나가던 커플이 깨지면 여자 쪽에서 그간 함께 했던 모든 흔적을 다 지워버리고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겠어!' 라면서 궁상 떠는 글귀들을 연상케 한달까? 비록 일본으로 떠난 계기가 진정한 내 자신을 찾기 위한 계기였다고는 하나 결국 책의 계속 되는 분위기는, 한국에서 잘사귀던 연인과 깨져 상심한 마음에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외국 건너온 한국여자의 책으로밖에 안보인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 계속되는 일본 남자와의 작은 썸싱은 작가 두 명 중 한명이 써놓은 그리움과 짝사랑(혹은 실연, 또는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 어느 한 남자를 향한 암시의 긴 사랑의 문장은 내 손발을 충분히 오그러들게 만들었다.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말을 써놓던가, 캐나다 있을때 마음을 뒤흔든 오사카 남자를 도쿄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면 소라든, 레아든 누가 만났다고 친절히 정리해서 써주든가. 그저 단순히 맨 마지막 챕터에 일본인 친구 소개해주는 문장들에서 그냥 이런 사람이다 라고 자신의 마음을 독자들에게 속인채(속일려고 애쓴채) 글을 써내려간 저자가 진심 이상하다.
20대 중후반의 끝을 달리고 있을법한, 그러고보니 책 내용 내내 작가들 나이도 안적혀있다. 그냥 지나가는 말 한마디로 '우리는 나이가 많다.' 이 한마디만 적혀있을 뿐 독자인 나는 그들의 나이를 모른다. 나이라도 알면 정신연령 파악해서 책이 왜 이따구 미완성으로 편집했는지 충분히 이해했을텐데. 그냥 단순히 '우리 나이 많아요^^' 라고 비슷한 문장 하나 적어놓은거 봤을때 난 그들이 정말 오밤중에 자기 관념에 빠져 책을 썼구나 라고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의 맛있는 맛집과 워홀에 대한 짧은(아주 짧은) 팁을 소개해주다가도 뜬금없이 팍 뛰쳐나오는 싸이월드식 궁상글귀들. 자신들 나이도, 소개도 제대로 적혀져 있지 않은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에서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놓여서 외국인 노동자로써 어떻게 일해왔는지 별다른 설명이 없는 책. 워킹홀리데이라는 꿈을 가진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닌, 단순히 자신들의 흘러가는 무책임한 20대의 감정을 노래한 책. 편집자가 원망스러워질 정도로 책 목차와 내용이 무질서하고 산만한 책.
마지막으로 제일 웃겼던건, 책 초반부에 하나님과 기도한 글을 쓰고, 자신이 크리스쳔이라고 하면서도 당연스럽게 클럽에 가고 술과 와인을 섭취하는 젊은 친구의 글귀였다. 물론 크리스쳔이라고 클럽에 아예 가지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자신이 크리스쳔이고 그 사실을 책에다가 써놓았을 정도로 당연하게 여긴다면, 적어도 성경말씀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인생의 중심을 주님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겉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크리스쳔의 삶은 그런것이 아닌가? 책에까지 자신이 크리스쳔이라고 적어놓았지만 클럽에 가고 술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은 이 책을 접하는 무신자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크리스쳔의 미덕이라고 감동깊게 다가올 것 같진 않다. 심지어 101 페이지에 자신은 크리스천이기에 재미로 뽑았을 뿐인 오미쿠지(신년운세)에 이런 미신을 믿지 않는 자신은 대길이 나왔고, 미신을 믿는 일본인 친구들에게는 흉이 나왔다, 이래서 인생은 재미있다. 라는 짧은 문장은 혀를 내두르다 못해 그녀의 믿지 않는 자들을 향한 정죄함이 기분나쁠 정도로 섬뜩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크리스천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행동은 전혀 모범적이지 못하게 적어놓은 작가.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크리스천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이야기는 그냥 적어두지 않는 편이 더 좋았다고 여기에 적고싶다.
암튼 이 책은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고, 나처럼 단순히 책제목과 책표지에만 사로잡혀서 책을 사지 않았음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은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책이 아니다. 그냥 도쿄에 상륙했고 언어에 능통한 한국여자 두명이 일본가서 어떻게 놀았는지 대충 적어놓은 책이니 어느날 책을 '대충'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일본 워홀 체험을 '대충' 적어놓은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 외 '진짜' 일본 워킹홀리데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광화문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자신이 직접 책 내용 봐가면서 샀으면 하는 바램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 산만, 내용 불친절. 글 못쓰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을시 자기도 책을 쓸수 있겠다 라는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책. 정말 내가 읽은 외국 소개 책 중 가장 재미없고도 따분하며 손발 오그라드는 책이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