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적절한 통찰이다. 사람들은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브랜딩의 본질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애플, 루이비통, 마오타이의 브랜딩은 결과이다. 브랜딩을 위한 브랜딩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브랜드를 쌓고자 한다면 브랜딩을 구축한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즉, 기업의 구조, 제품 철학, 기업 구조와 같이, 현재의 브랜딩을 만든 핵심 요소들을 이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버핏의 투자론은 다양한 과정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그 결정체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주요 구성 요인 중 하나인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즉, 철학에 기반한 방법론은 실질적으로 훨씬 건강한 시행착오를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로웬스타인 작가는 아버지 하워드 버핏이 워렌 버핏의 자기 신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하워드 버핏의 자유 지상주의적 사상의 기반은 랄프 왈도 에머슨으로부터 기인했다고 주장하며, 에머슨의 철학을 소개한다. 에머슨의 철학은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진정 위대한 사람은 무리 한가운데 섞여도 고독한 자기신뢰가 주는 아름다움을 누린다.” 에머슨은 공동체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의 가능성을 역설했고, 이는 하워드 버핏의 경제관과 정치관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아버지의 사상이 대중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 버핏의 투자 사고를 형성했을 것이다.
또한 벤저민 그레이엄 논리의 철학적 기원을 분석하기도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고안한 미스터 마켓과 안전 마진은 시장을 향한 무관심의 근거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요소를 그레이엄이 탐닉했던 스토아 철학과 연결 지어 해석한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을 “생에서 통제 불가능한 사건들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합리적 판단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했다. 이 스토아 철학은 그레이엄에게 넘어와 시장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주되었다.
또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구조를 건축한 찰리 멍거의 합리성과 실용성의 철학적 기원을 탐색하기도 한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당장의 실적에 집중할 것인가? 비가시적이지만 높은 확률로 존재하는 무형자산에 집중할 것인가? 이 두 질문은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와 베이컨의 경험주의의 대립이기도 하다. 그리고, 멍거는 가시적 정보와 비가시적 정보에 적절한 가중치를 두어 투자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칸트는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를 융합했다. 그리고, 멍거는 특정 투자 방법의 논리적 옳고 그름에서 벗어나 실질적 효용과 비용에 집중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파괴하고, 원하는 결과를 향해 프로세스를 무한 진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와 유사하다. 윌리엄 제임스는 철학의 정적인 면이 아니라, 동적인 면에 집중하였다. 즉, 철학의 논리적 옳음이 아니라, 철학에 입각한 행동의 결과 차이에 집중하였다. 해서, 철학의 도덕적, 윤리적, 논리적 옳음보다 철학에 기반한 행동에서 오는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처럼, 저자는 워렌 버핏과 주변 인물들의 사상을 분석한다. 그리고 철학사에서 유사한 사고의 흐름을 지녔던 이들을 소개하고 설명함에 따라, 워렌 버핏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상적 기반을 소개한다. 투자 철학과 철학사의 구체적인 연결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았고 굉장히 흥미로운 시선이었다.
필자는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