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어린이가 생각보다 일찍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첫째와는 다른 읽기 지도가 필요했어요. 지도라 함은 guidance보다는 map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첫째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그림책과 읽기책의 비중을 따져볼 때 꽤나 오랜 기간동안 그림책 비중이 훨씬 컸던 반면 둘째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언니가 하는 건 뭐든 다 해보고 말거야' 정신으로 살아가는 둘째 어린이는 그림책도 여전히 재미있지만 언니가 읽는 책 같은 책(a.k.a. 읽기책)들을 읽어보려는 의지가 상당했어요. 한 뱃속에서 태어나고 성별도 같고, 같은 부모에게 양육되며 비슷한 읽기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두 아이는 정말 다른 읽기 경로를 따라가더라고요. 아마 그 읽기 환경에 포함되는 형제 관계라는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겠죠. 아이의 기질도 큰 몫을 했을테고요.
그렇게 첫째 어린이와 둘째 어린이가 읽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시기가 달라지게 되면서, 저는 아이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두고 책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이나 학년에 따른 성장, 또래 관계에 따른 감수성 발달 등이 달랐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 어린이가 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조금 더 긴 이야기로 나아갈 만한 읽기 책이 아닌, 처음 읽기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가 부담없이 붙들고 읽어갈만한 책을 찾아야 했죠. 각 장(chapter)의 호흡이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림과 글의 비중이 어린이 독자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가독성이 좋은 읽기 책을 골라보게 되었답니다.
반갑게도 최근 어린이책 출판 동향을 살펴보면 "첫 읽기책"을 키워드로 하는 시리즈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흐름은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책 분류에서 '0학년 동화'라는 기준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데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같은 학년의 아이라도 누군가는 아직 그림책의 넉넉한 서사를 더 편안하게 느끼고, 누군가는 글밥이 있는 이야기책으로 성큼 나아가고 싶어하니까요. 어린이 독자들의 읽기 발달과 성향, 취향은 학년별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읽기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에 주목하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