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빨간 털실 웅진 우리그림책 150
황숙경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를 깨달을 때가 있어요. 그림책이 건네는 창의적인 질문을 마주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특정 역할이나 관계에 대해서 ‘그래 그건 그렇지’하고 넘겨왔던 것들이 참 많다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뒤집어도 보고, 기울여도 보고, 바꾸어서도 보면서 열린 질문들을 자주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그림책을 아이들과 꾸준히 보려고 해요. 우리가 책을 보는 이유에는 꼭 정답을 찾기 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멈추어 생각하고, 되물어 짚어보고, 그러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매체에는 책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에요.

신간 그림책 <늑대와 빨간 털실>도 우리가 혹시 가지고 있었을지 모를 뻔한 생각에 질문을 제기하는, 그런 창의적이고 재미난 그림책이랍니다. 웅진주니어 우리그림책 시리즈는 많은 사랑을 받는 국내 작가의 그림책들이 많은데요. 황숙경 작가의 <늑대와 빨간 털실>도 최근에 새로 출간된 우리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이에요.
껑충껑충 언덕을 뛰어가고 있는 늑대가 빨간 털실을 목에 칭칭 감고는 빨간 털실을 따라 길을 가고 있어요. 마치 빨간 털실로 쓴 듯한 제목은 봉우리에 감겨 있는 빨간 털실과 이어져 있는데요. 책을 들고 흔들흔들 빛을 비추어 보면 반짝이는 빨간색 털실은 그림책 속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는 걸 표지 그림을 보면 한 눈에 알 수가 있답니다.

“한눈팔지 말고 곧장 다녀와야 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대사죠? 앞면지에 쓰인 대사는 우리들 모두의 머릿속에 있을 이야기 하나를 떠올리도록 하면서 그림책의 문을 엽니다. 바로, 빨간 모자 이야기입니다.
그 순간 우리 머릿 속에는 자동적으로 빨간 모자 이야기 속 어린 소녀와 늑대, 할머니, 숲 속 길을 찾아가던 일 등 이야기 속 요소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죠. 그러면서 ‘표지에서 보았던 늑대가 혹시..?’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늑대에게는 미안하지만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두려움에 빠뜨린 늑대의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되지요.

꽤나 도톰한 그림책 이야기 속에서 늑대는 빨간 털실을 따라가는 동안 온갖 역경과 고난을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절벽 끝에 매달려 헉헉대는 늑대의 표정만큼은 늑대가 거쳐온 수고로운 길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빨간 털실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삐죽삐죽한 눈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팔자로 내려온 눈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하네요.

옛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이 이야기에서 늑대는 된통 당하는 쪽이에요. 몸통을 모두 휘감을만큼 빨간 털실을 따라 먼 길을 왔는데, 어딘가로 또 다시 날아가는 늑대의 모습이라니!
독자들은 보통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보게 되기가 쉽죠. 이야기의 초반만 해도 늑대는 왠지 악당처럼 느껴졌기에 늑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빨간 털실의 끝에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어요. 그런데 그림책을 보다보니 빨간 털실을 따라가는 늑대와 함께 빨간 털실의 주인공을 얼른 찾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아니겠어요. 늑대는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 이제 더이상 악당이 아니라 주인공의 자리를 슬며시 차지하게 되었어요.

늑대와 빨간 모자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가 아는 빨간 모자 이야기처럼 늑대는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해치는 무서운 악당으로 다시 돌변하게 될까요? 아니면 빨간 털실을 따라 빨간 모자를 애타게 찾으며 따라온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사실 전 늑대와 빨간 모자가 만나고, 그 직후의 두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빨간 털실을 따라 오는 내내 긴장되었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며,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고요. ‘그래 이렇게 뒤집히는 맛이 있지’하며 그 장면 하나로 아주 흡족한 마음이 드는 거 있죠.

옛날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재구성한 그림책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책들을 모아서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재미있는데요. “달리 읽기”를 하기 참 좋은 그림책 한 권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참 기쁩니다. 그동안 이야기 속 늑대가 무서운 악당이기만 해서 의문을 가졌던 분들에게 추천해봅니다. 여기, 이런 귀여운 늑대와 빨간 모자의 이야기도 있다고요.


➿출판사 서평이벤트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