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
다카하시 리에 지음, 최시원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고교 시절 황순원의 소설 <19세>란 글을 읽으면서 엄마가 매일 하던 "때가 있는 거야."란 말을 깊숙히 깨달은 적이 있다. 정말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마음건강과 관련된 강연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모든 사람은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옳은 반응을 내보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자율신경이 불균형해서 신경생리학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와 관련되어 있는 말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좋은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심적 여유가 없으면 나쁜 에너지가 몸을 독차지하고 만다. 이게 나쁜 엄마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결국 이건 엄마와 딸 관계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정짓기보다는 인간 총체적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책에서 이렇게 국한지은 이유는 효가 중시되는 동양 사회에서 주양육자인 엄마를 아이가 거부하거나 떨쳐내기 힘들다는 것에서 온다. 엄마는 엄마 나름 불안감이 너무 커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데만 온통 정신을 쏟아 아이의 감정을 생각하기 힘들다. 또 아이는 아이 나름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엄마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감당해보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 엄마는 스스로 자신을 옳다고 생각해 좋은 엄마라 생각하지만, 좋은 엄마는 이 책에 나와있는 '아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면서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적성을 찾아주려는' 엄마가 보다 맞는 정의 같다. 근데 그렇다고 이 엄마가 진짜 나쁘냐? 그건 또 아니라고 본다. 엄마도 적절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죄가 없냐? 그건 또 아니다. 아이를 고통받게 해서 아이가 슬픔과 분노에 과잉 반응하게 된다면 분명 엄마의 책임이 있다. 다만 둘 다 피해자가 아닐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이 책의 의견도 나와 비슷한 것 같다.
근데 이 책에서 좀 불편했던 것은 내담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나쁜 엄마가 아닌 것 같은데 나쁜 엄마로 낙인찍은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에 옆방에서 몰래 슬피우는 엄마를 보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잠재의식을 가지게 돼서, 내담자가 결혼하기 힘들다고 한 얘기에서 왜 이 내담자의 엄마가 나쁜 엄마인가? 이 기준이면 아이에게 한번도 상처준 적이 없어야 좋은 엄마다. 내담자의 다른 이야기도 알아서 저렇게 말한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제시해주는 나쁜 엄마나 좋은 엄마의 정의가 그렇게 100퍼센트 확실하다고 수긍가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불안과 공포의 연쇄 반응이 없는, 내면에 온전한 평화가 있는 사람은 좋은 엄마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고 성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판하기 어려운 동양의 부모에 대해 이야기 했다는 등의 점에서 얻어갈 만한 것이 있었던 책이었다.
---------------------------------
분노에는 정당한 분노와 부당한 분노가 있다. 정당한 분노는 누군가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으려 하거나 해를 끼치려 할 때 나를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트라우마 감정 -> 트라우마 반응(분노, 정지 상태 등) - 대리 감정 -
감정이 마비되어 있으면 기억하기 힘들어진다.
"듣기 싫어도 ~가 하는 이야긴데 안 들을 순 없잖아."
반항기를 거쳐 '거부해도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는다.'는 경험을 하고 나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반항은 부모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표출할 수 있다.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감정인 분노를 이끌어 오는 것이다.
나쁜 엄마 + 무사 안일주의의 아빠(나쁜 엄마 밑에서 자란 남성은 자신의 엄마와 비슷한 여성과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 것도 보지 않은'' 것 처럼 행동.)
주체성, 살아가는 에너지, 안정감 <-> 순종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감사, 친밀 -> X -> 불합리한 요구란 것 인식, 마음껏 슬퍼하기, 불필요한 죄책감 X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나만 행복해도 좋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야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믿어도 좋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 책에서는 "~~해도 괜찮아."라고 되어 있다. 당연히 괜찮지. 이런 말에도 위안받을 정도로 억압당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