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
정태인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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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며 시장은 개인의 이기심을 토대로 가격이 형성되므로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사고 싶어 하는 사람과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절한 수요공급을 이루어 자연스럽게 시장이 돌아간다는 논리다. 이를 '자유경쟁'이라 한다. 그의 주장은 경제학계의 진리로 굳어졌다. 현재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존재'라는 기반으로 사회를 설명한다.

 

20세기까지만 해도 그것이 진리인 줄 알았고, 학교 교과서에서도 그의 이론을 진리인양 가르쳤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러한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모순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생산자에게 공정한 값을 주고 사온 공정무역 커피를 사고, 내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불우한 이웃 한 사람에게 신발을 기부하는 탐앤탐스의 정책에 열광한다. 얼마 전에는 대구에서 한 남성이 길에서 800만 원의 돈을 뿌렸는데, 그가 뿌린 현금이 할아버지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4700만원의 일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 현금을 돌려주기 위해 경찰서에 들르는 시민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행동은 인간이 이기적이기만 하다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공정무역 커피와 탐앤탐스와 다르게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우리는 늘상 눈으로 본다. 대형 마트가 싼값을 내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사업자가 노동자를 착취해 부를 축적하는 등, 인간의 이기심이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현상은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은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이 진리인양 이야기되는 현 사회를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먹지 않으면 먹힌다, 내가 선수치지 않으면 선수를 뺏긴다. 뺏기지 않기 위해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 것을 그는 '죄수의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남들이 사교육을 시키니까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두려워 덩달아 사교육을 시키는 학부모, 남들이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에 먼저 진입해야 한다는 정부 등을 딜레마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 그는 이 경제논리를 '탐욕'과 '공포'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단어로 표현한다. 

 

"사실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남이 협력하는데 내가 배반하는 것은 탐욕이에요. 자기탐욕이에요. 그런데 남이 배반할 때 내가 배반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내가 착해도. 그래서 이건 공포라고 부릅니다."

 

이 딜레마에 빠지면 결코 헤어나오기 어렵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해, 이것은 마치 치킨게임처럼, 상대방이 포기 선언을 할 때까지 계속 밀어부치는 방법 외에는 다른 해결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로 흘러가는 경제는 결국 돈이 많은 자가 이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딜레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은 '사슴사냥게임'이라는 논리를 가져온다. A와 B가 사슴 사냥을 나왔다. 둘이 힘을 합치면 사슴을 잡을 수 있지만 혼자서는 토끼밖에 못 잡는다. 사슴을 잡으려 기다리는 중에 갑자기 옆에서 토끼가 지나간다. 이때 A와 B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여기서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함께 사슴을 잡거나, 함께 토끼를 잡거나. 즉 크게 얻든 작게 얻든 협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 책은 가끔은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이기도 한 인간이 함께 성장하는 가능성을 '협동조합'에서 찾는다.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체제를 말한다. 함께 노력하고, 함께 성장한다. 물론 때로는 다른 사람에 덕을 보며 자신은 가만히 앉아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협동조합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출자해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데 은행에서는 협동조합에 대출을 해주는 것을 꺼려한다. 일하는 사람의 임금은 아무리 올라도 초임의 6배를 넘길 수 없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반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테니 인재가 늘 부족하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 문제들에는  큰 이치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사람은 돈 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월 1표인 주식회사와 다르게 협동조합은 1인 1표를 기본으로 하는 완벽한 민주주의다. 내 의결권이 회사에서 크게 좌우되고, 내 의견을 통해 회사가 움직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보다 민주주의가 더 중요한 것이다. 책은 이러한 관점을 훌륭하게 이루어내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웨덴의 사례를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를 기반으로 한 이기적인 경제를 헤쳐나갈 방법은 모두의 협동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이타적 인간'의 사회로 되돌리는 방법밖에 없다. 함께 성장하면서 내 삶이 더 좋아질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따뜻하고 협력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된다면, 그리고 서로에게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다면, 사회는 더 좋은 쪽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착한 경제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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