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에서 언급했듯이 황곰 작가님의 1인칭 시점 소설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문장 하나가 아직도 심중을 울리거든요.
“나는 사랑에 빠진 스스로의 상태가 싫었고 그로 인한 조울증이 너무도 무서웠다. 관계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비굴한 내 모습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불필요하게 길지도, 수식어가 지나치게 많지도 않은데 심정이 너무도 잘 느껴져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예요. 조울증, 비굴, 초라 등등 어찌보면 부정적인 표현들인데 타인에게 빠지는 걸 두려워하는 현대인이라면 겪어봤을 기분을 서술이 상당히 잘 돼있어요. 예전의 1인칭 시점 글에는 저런 게 묻어나 있는데 황곰 작가님의 3인칭 시점의 다작들은 대부분이 건조해서.. 저런 향 풍기는 글을 찾아보기 쉽지 않아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