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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 ㅣ 창비만화도서관 9
이강룡 지음, 국민지 그림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첫 문장을 뭐라고 쓸까?’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표지 디자인은 고양이가 손가락 지휘봉을 들고 책 제목을 가리키고 있어서 직관적이다.
책 뒷면에 문장력 테스트가 8개가 있는데 평소에 자주 듣고 사용하는 문장이라서 잘못된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절반 정도만 확실히 알겠고 전혀 틀린 게 없어 보이는 문장도 보였다. 이 책의 해당 쪽수도 적혀 있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감 있게 정답을 맞출 수 있을 까하고 학구열이 불끈 솟아 올랐다.
만화다! 무려 고(양이)선생이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고 설명해준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번뜩여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고선생의 잔소리가 부담스럽지 않다. 1부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2부는 올바른 표현 고르기, 3부는 한 문장 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로 된 등장인물들의 설명 다음에 1부에서는 ‘틀린 표현을 더 찾아보자’라는 일종의 문제풀이가 나오는데 틀린 표현이 없는 문장도 나와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2부는 초성체나 여러 상황을 한 단어로 몰아서 표현하는 것과 일상에서 쓰는 단어에 편견이 스며들어 있는 경우를 말해주는데, 정말 탄식을 하면서 나의 언어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해준다.
예를 들어, “어떻게 고쳐보면 좋을까” 부분에서는 한때 모든 일상 대화와 방송 자막에 쓰였던 “헐”, “대박” 보다 비속어는 아니지만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셀수 없이 많이 쓰는 “빡세게”, “굉장히”를 대신해 보라고 하는데 생각이 필요하다. “ 물감 종류가 많으면 색감을 더 풍 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이 다양해지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어”
그런데 아마도 우리가 너무나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파레트에 물감의 색깔은 많은데 항상 쓰는 색깔만 쓰듯이, 언어도 이다. 또 다른 예로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을 학교, 방송 등 사회 곳곳에서 많이 쓰게 있지만 ‘우리와 다르다, 우리보다 못하다’ 는 생각이 은연중에 배어나오는 이 표현을 대체할만한 다른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를 정책 당국에서 고민해야 겠다. 서울 중심의 사고에 젖어 “상행선, 하행선” 같은 표현들은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분량이 300쪽이랑 상당하다고 생각이 들어 각 부분을 분권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 가지 분야가 좋은 글쓰기에 모두 필요하다고 보았을 때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라는 부제가 달린 게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에게 예지력과 초능력이라는 두 가지 능력이 잠재해있다면서 자신의 예를 들어서 말하는 부분에서 청소년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져서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