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연대기 클래식 호러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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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연대기>. 좀비가 등장하는 호러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좀비 연대기>는 1900년대 초중반 무렵의 좀비 이야기를 모아 놓았는데 좀비가 많이 알려진 것이 조지 ‘로메로의 좀비 3부작’이었고 시리즈가 1969년에 처음 시작되었기에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좀비 연대기>에 수록된 1900년대 초중반의 좀비 이야기는 좀비의 원형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잭 런던, 로버트 어빈 하워드,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라프카디오 헌, 앨피어스 하이엇 베릴 등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았다.


1.좀비들은 한이 맺혀 죽지 못하고 (로버트 어빈 하워드-‘지옥에서 온 비둘기’, 토머스 버크 - ‘할로 맨’) 

2.과학실험으로 영생을 얻기도 했고 (잭 런던 - ‘천 번의 죽음’ , 앨피어스 하이엇 베릴 - ‘좀비 감염 지대’)

3.소금을 먹으면 죽었으며 (가넷 웨스턴 허터 -‘노예에게 소금은 금물’)

4.무덤에서 살아나 주인을 위해 일을 했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 ‘나트에서의 마법’ , 이네즈 월리스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비비언 미크 - ‘화이트 좀비’, 윌리엄 뷸러 시브룩 - ‘마법의 섬’)


그 중에서도 좀비를 살려낸 사람이 좀비를 노예로 부리는 대목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썩기 전의 시체에 주술을 써서 시체를 살려낸 뒤 자기 농장을 경작하는 데 이용하는 이들이 있었다. 시체는 정신은 없고 몸뚱이만 부활해 일을 한다. 


좀비가 노동을 할 때 좀비는 땀을 흘리지 않았다. 좀비는 보수를 받지 못했고 쉬지 못했다. 좀비는 절대로 죽지 않으므로 영원토록 일할 수 있다. 좀비의 노동에는 기쁨이 없었다. 휴식도 없었고 꿈도 없었고 미래도 없었다. 혹사를 당하지만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좀비는 생각할 수 없고 일만 해야 했다.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탐욕을 불리기 위해서.


지금 노동문제가 좀비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연대기가 시대적 사실을 말하는 글이라고 할 때, <좀비 연대기>는 소설이 써 졌던 1900년대 초중반의 시대적 사실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2000년대의 시대적 사실로 느껴졌다...   



*좀비는 말을 하지 않고, 항상 앞쪽만 응시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좀비로 의심되는 자에게 짠 음식을 줘보면 된다. 좀비는 소금을 먹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좀비에게는 소금 맛을 보고 나면 자신이 죽었음을 깨닫고 무덤이 어디에 있든 기필코 자신이 묻힌 곳을 찾아가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p220, <이네즈 월리스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부두교의 마법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독교 교회도 사실로 인정했다는 신부의 말, 죽음이 허락되지 않은....시체들...노아의 저주가 내린 곳이면 어디서나...원주민들이 쉬쉬하면서 입에 올리던 좀비...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가리켜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p245, <비비언 미크 - ‘화이트 좀비’>

*좀비는 여전히 죽어 있는, 영혼 없는 인간의 시체지만 주술사에 의해서 기계적인 생명력을 얻는다고 했다. 요컨대 좀비는 살아 있는 것처럼 걷고 행동하고 움직이는 시체였다. 좀비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덤을 찾아가 아직 썩지 않은 시체를 파낸 다음 소생시킨다. 그리고 좀비를 하인이나 노예로 부리는데, 범죄 행위를 시키거나 더 흔하게는 집이나 농장에서 지루하고 고된 일을 시키고, 행동이 굼뜨다 싶으면 말못 하는 짐승 다루듯 매질을 한다. p275, <윌리엄 뷸러 시브룩 - ‘마법의 섬’>

*박사는 생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시체들의 혈관에 서둘러 혈청을 주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마련한 중심 토대 위에서 불멸의 종족들이 살아가는 미래상을 떠올렸다. 혈청의 성공 여부, 그리고 시체가 소생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어서 알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중략)... 박사가 시장에서 수백 구의 시체에 혈청을 주사할 때까지 광장에선 아직 소식이 없었다...(중략)...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의 침묵에 휩싸여 있었던 곳에서 틀림없는 생명의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시체들이 일어섰다....(중략)...이 폭도들은 주변의 시체들과 상관없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면 싸움을 벌였고, 이따금씩 힘에 부쳐 헐떡이는 사람들이 난투극 현장에서 떨어져 나와 맹수처럼 짓뭉개진 시체들 쪽으로 달려 가더니 시체를 찢고 게걸스레 살을 뜯어 먹었다. 이 모습을 본 파넘 박사와 동료들은 메스껍고 어지러웠다. p349-352, 앨피어스 하이엇 베릴 - ‘좀비 감염 지대’>

*"내가 블래슨빌 집안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했죠." 버크너가 말했다. "자부심 강하고, 오만하고, 원하는 건 뭐든 자기들 멋대로 하는, 참 무례한 사람들이었어요. 노예를 부리는 방식도 다른 농장주들과는 달랐죠. 서인도제도의 방식이 몸에 배서 그랬나 싶어요. 그 집안 사람들은 잔인한 데가 있었죠. 이 지역으로 이주해 온 마지막 후손 중 하나인 실리아 양이 특히 그랬어요. 이미 오래 전에 노예들이 해방됐지만, 그 여잔 혼혈인 하녀를 노예 다루듯 매질하곤 했대요. 전해오는 옛 이야기에 따르면 그래요. 흑인들은 블래슨빌가의 사람이 죽을 때마다 악마가 저 검은 소나무 숲에서 망자를 기다린다고 수군거렸어요. p32-33, 로버트 어빈 하워드-‘지옥에서 온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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