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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의 마지막 날들 ㅣ 버티고 시리즈
제임스 그레이디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520페이지의 소설을 6시간 동안 읽었다. 제임스 그레이디가 쓴 스파이 스릴러 소설 <콘돌의 마지막 날들>을 읽는데 극장에서 2시간짜리 스파이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CIA 요원 콘돌은 집에서 괴이한 상태로 죽은 요원을 발견하고 도망친다. 그때마다 누군가가 좇아와 죽이려고 한다. 도망갈 때마다 어떻게 귀신같이 찾아 올 수 있었는가 하면, 콘돌과 친구들이 사용한 통화기록, 인터넷 사용정보를 CIA가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시와 통제. 프리즘 사건이 그렇지 않았던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PRISM 이라는 비밀정보수집 프로그램을 가지고 일반인들의 통화기록이나 인터넷 사용정보같은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CIA 요원 스노든이 폭로했을 때 미국 정부와 보수주의자들은 테러를 막을 목적이니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소한'으로 수집한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한다면서 스노든이 어떻게 폭로를 할 수 있었는지, 최소한의 정보가 아닌 엄청난 양을 수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테러용의자가 아니라 일반인들의 정보를 왜 수집하는지 모르겠다. 콘돌도 스노든처럼 도망다니다가 CIA가 감시하는 정보를 역으로 이용했다.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했다면 콘돌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스파이 소설의 긴장감은 이유도 모르고 좇고 좇기고, 추악한 진실이 서서히 밝혀질 때 생긴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로맨스는 긴장감에 불을 붙인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콘돌은 오랫동안 스파이 업무에 종사해서 (<콘돌의 6일>당시 배경은 1970년대 중반이고 <콘돌의 마지막 날들> 당시 배경은 2013년 보스턴 폭탄 테러 이전이다.) 망상에 시달리고 망상은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백미는 감시 통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CIA 국장이 역설하는 여섯 페이지였다.
국장은 높은 가치를 위해서는 불법을 저질러야 하며, 통제를 왜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통제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올랐다. 국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프로그램의 이름은 '빅 어스(Big Us)' 여서 그것이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어스(Us)라는 이름이 미국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984>가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뉴스까지 생각이 나 온 몸이 찌릿했다.
"빅 브라더는 세상에 없어. 빅 어스(Big Us)만 있을 뿐이야. 그리고 그 우리에는 당신(u)하고 s가 있는데, s는 시스템(system)을 뜻할 수도 있고, 반드시 존재를 알면서 살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는 똥 덩어리(shit)를 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자네가 선택한 기회를 가질 경우, 숫자로 세어지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숫자를 세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도록 하라고. 이보게. 내 친구, 내 전우, 내 동료, 그냥 u가 되는 건 엿 같은 일이야. 하지만 s에 연결되는 u가 되는 건, 그렇게 us가 되는 건......그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슨 일인가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인생이야...(중략)...중요한 건 us의 정신과 혼을 대표하는 사람이 누구냐,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냐 하는 거야. 전체적인 상황이 얼마나 끔찍하게 잘못될 수 있는지를 아는 누군가가 그 일을 맡아야 하는 거야...(중략)...V는 그 수준을 넘어서서 진행된 프로그램이야. 우리는 전쟁 전체를 이런 식으로 싸워나가게 될 거야. 인생 전체를 이런 식으로 살아가게 될 거야. 우리는 모두 한데 접속돼 있어. 꽤 이른 시간 내에 우리(the we)보다 접속(the wire)이 더 중요해질 거야. 자네가 그건 그리 영리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자네 생각은 중요치 않아. p453-455
"지식은 그 소유자의 수준에 알맞은 수준으로 찾아오는 거예요." 페이가 말했다. "다음에는 압도적인 분량의 데이터가 몰려올 거요." 콘돌이 말했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산을 마친 상태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산탄총을 난사하는 거지. 모든 ‘사실들‘로, 그 많은 데이터로 사람들이 훤히 볼 수 있는 곳에 엄청난 비밀을 숨기는 수법을 쓸 거요." p317
* 콘돌은 무척이나 많은 누군가가 그가 죽거나 침묵하기를 원했던 곳, 또는 그가 그들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의 노예가 되기를 원했던 곳인 대리석 꿈들의 도시에서 묘비들이 이룬 정원 가운데에 그를 따라다니는 유령들과 함께 서 있었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고 하늘은 푸르렀으며 그는 저 멀리로 훨훨 날아갈 수가 없었다. 네가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참된 존재가 되기 위해 싸우는 것 뿐이야.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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