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의 둘레 지만지 한국희곡선집
정우숙 지음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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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은 시각장애자인 현수에게 낭독봉사를 한다. 현수의 누나는 수녀로 명인의 친구이다. 명인은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 어린 딸과 같이 사는데 시아버지는 치매가 있고 남편은 고시준비를 한다. 간혹 집에 오는 시동생은 노래를 부른다고 돌아다니나 성과는 내지 못한다.

현수는 명인에게 글을 읽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 글은 소설의 한 대목이기도 하고 편지이기도 하다. 낭독하는 내용이 서로의 처지와 감정을 나타내는 게 재밌다. 독서를 하며 자신의 처지와 감정을 책 내용에서 발견하기도 한다는 걸 생각하면 연극의 이 설정은 일리가 있다. 또 재밌는 것은 이 연극의 남자들은 무능력하고 때로는 폭력적이라는 건데 그들 곁에 있는 여자들은 이들에게 맞거나 이들이 만든 세계를 따르면서도 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이 희곡에는 여성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명예 남성도 나오지만 여성의 마음을 아는 것은 여성으로(명인의 친구-명인-명인의 딸) 표현된다.

이 희곡은 부당한 현실을 피한 도피처였던 결혼과 성직이 여성들에게 구원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이들을 옭아매는 족쇄였을 뿐이었다. 현수의 누나가 명인의 집에 찾아오는 것으로 희곡은 끝난다. 희곡의 이후. 아마도 둘은 리들리 스콧의 <델마와 루이스>처럼 떠나지 않았을까.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웃는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델마와 루이스>처럼 떠난 둘은 그들처럼 웃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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