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과거 을유세계문학전집 131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정지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리스 슈라이비의 <단순한 과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렇다. 순종적인 형제들, 무기력한 큰 형과 어머니, 폭압적인 가장이자 냉혈한 자본가인 아버지, 순종적인 이모와 이모부, 성적으로 문란한 타락한 종교지도자들, 가난한 이웃들, 애원하며 구걸하는 거지들, 서구식 교육을 배운 주인공 나. 나는 형제, 부모와 싸우고 종교지도자와도 부딪치는데 대부분의 사건이 가정에서 일어난다. 한 가정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로코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모로코 사람들의 사고와 정신을 지배하여 경제적, 성적 착취가 이뤄지는데 사람들은 순응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 아버지와 싸우고 종교지도자와 싸우는 장면은 흡사 야수 두 마리가 싸우는 듯해서 에너지가 넘쳤다. 만약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그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회자가 될 것이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에 대한 심리묘사도 인상적인데 영화로 만들어진다면(만들었졌을 것 같기도 하다..) 영상으로 보는 재미가 대단했을 것 같다. 나열하는 긴 문장과 욕설, 상스러운 말과 행동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것들은 가 당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열로 구성된 긴 문장이 보여주는 것은 부당하고 고통스러우며 무기력한 이슬람 세계의 현실이고, ‘가 내뱉는 상스러운 말과 행동은 그런 사회를 향한 분노를 나타내니 말이다. 이 소설이 1인칭 시점인 것은 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 때 번뇌하는 내면을 깊이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한 것과 내뱉는 것. 생각과 말이 이어지고 뒤섞이는 대목이 꽤 나온다. 무척 인상적인데 그 또한 의 번뇌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적인 실험이 훌륭하다.

 

나의 종교는 반항이었다” p96 은 이 소설을 꿰뚫는 핵심적인 문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