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거미집>. 김감독은 인간의 부조리한 본성을 드러내는 걸작을 만들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열망은 명예욕보다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가깝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을 하며 인정을 받고 싶다는 것인데 주변 사람들이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방해하니 (또는 내가 만든 영화를 폄훼하니) 열망은 더 커지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이 된다. 영화는 김감독이 드러내겠다는 인간의 부조리한 본성을 반영하고 그것은 김감독 주변인들의 모습이다. 그보다는 김감독이 역경을 이겨내고 그토록 원하던 영화를 결국 완성했다는 게 더 인상적이었다.
<거미집>에는 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다. 영화를 찍지 못하던 코로나 시대 때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인터뷰를 봤다.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던 정치 권력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다른 형태로 영화인을 힘들게 했다. 역경을 이겨내고 영화를 만들던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이 진하게 느껴졌다.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또한 물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