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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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라는 말보다는 ‘시카리오’가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번역된 제목은 <청부 살인자의 성모>이다.


소설은 화자의 구술로 진행된다. 화자가 ‘청부 살인자’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을 하고 있고, 소설의 상당 부분에 소년이 저지르는 살인 행각이 등장한다. 소년이 무심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때로는 갱단과도 연결이 되고, 사회는 부정부패와 마약이 만연하다는 건데, 이런 상황은 콜롬비아 사회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청부 살인자라는, 어느 사회에나 다 있는 말보다는 시카리오라는, 콜롬비아적인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영화 시카리오도 있고, 넷플릭스 나르코스도 있고, 시카리오라고 써도 괜찮을텐데, 왜 청부 살인자라고 제목을 썼는지 모르겠다.


화자는 이 지역 출신 중년 남성으로 문법학자이다.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이곳은 옛날과 그대로로, 죽음이 드리워져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도 화자는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죽음 또한 벗어나지 못한다. 그건 출구없음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소설 내내 펼쳐지는, 죽음이 일상적인 사회보다 소설의 마지막. 출구없음이 더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문장에서 ‘그러니까’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A 그러니까 B. 라는 식인데, B는 A를 부연한다. ‘그러니까’ 때문에 문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니까’에서 한 번 멈추게 되었는데, 그러자 문장이 부연하는 것. 즉 소설이 묘사하는 사회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몰입이 방해받으므로 거리를 두고 보게 되는 것이다.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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