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 미키오 <방랑기>. 영화는 후미코의 계속되는 고난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후미코의 얼굴은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많았다. 괴로운 사람이 웃을 때 슬픔을 숨기려는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후미코는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즉,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웃는다. 동료 문인들은 고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는 후미코를 쓰레기통의 뚜껑을 연다고 비판하지만, 전 남편도 말했듯이 그것은 진실된 것이다. 후미코는 삶을 진실되게 보기 때문에 울지 않는 것이다.

​후미코 역할을 맡은 타카미네 히데코의, 그늘과 빛이 섞인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후미코를 짝사랑하는 사다오카 노부오 역할을 맡은 카토 다이스케의 얼굴도 기억에 남는데, 그는 늘 후미코한테서 한 발짝 뒤로 떨어져 지켜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성공한 후미코가 가꾼 정원을 보러 나가던 사다오카 노부오가 지쳐 엎드린 후미코를 걱정스레 보는 장면은 애틋했다. 사다오카 노부오가 그러는 것도 그가 진실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인물이 겪은 고통이 아니라 진실된 삶을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로 기억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