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
빌 헤이스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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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헤이스 <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 거리를 걷다가 낯선 누군가를 만나고, 인사를 나누고, 말을 섞고, 웃음을 교환하고, 축복을 빌며 헤어지는 장면으로 책은 시작한다. 그건 코로나 시대 이전에 쉽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인데 코로나 시대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이야기를, 코로나 시대 이전 풍경으로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전 풍경은 이야기 곳곳에서 나온다. 장면이 대비되니 이야기에 긴장감이 생기는 효과가 있지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썼다기보다는 빌 헤이스의 현재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지금,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과거가 다시 도래하기를 꿈꾸고 있다.

뉴욕 시민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건데 (정신질환자로 보이는 벌거벗은 남자에게 옷가지를 건네는 남자라든지 마스크를 그냥 나눠주는 약사, 코로나로 어려워진 식당에서 일부러 음식을 더 사는 빌 헤이스 등...), 분노와 혐오와 다툼은 찾을 수 없다. 코로나의 원인을 찾으려 분노하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말하며, 마스크를 사겠다고 싸우는 뉴욕 시민들은 왜 없었겠나. 빌 헤이스는 사랑을 본다. 분노는 마지막에 등장한다. 코로나로 인한 분노가 아니라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인종문제로 인한 분노인데 빌 헤이스는 큰 슬픔을 느끼고 시위 현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가 코로나 시대에서 사랑을 기록했듯이 인종문제 시위에서도 사랑을 기록할 것 같다.

코로나 시대. 사랑, 이해, 연대심, 슬픔, 그리움, 외로움, 희망, 믿음, 감사, 인내, 우울, 무기력, 공허, 분노, 혐오, 다툼, 원망, 탐욕, 이기심, 이타심, 거짓말, 무관심, 무책임, 방관, 방종, 고집, 기술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나. 무엇을 보고 있나. 우리는 코로나와 싸우는 거지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고, 빌 헤이스가 코로나 시대 뉴욕에서 사랑과 연대를 써 내려간 것도 같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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