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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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이 밝힌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영화 <곡성>을 보고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무라야마 지준을 모델로 한 것 같다 생각했다. <곡성>에서 외지인은 마을 곳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무라야마 지준도 일제 강점기 총독부의 요청으로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과 글을 남겼다. 무라야마 지준은 <조선의 풍수>, <조선의 귀신>, <조선의 유사 종교> 같은 책을 썼고 <곡성>의 몇몇 장면은 그가 찍은 사진과 흡사하다. 그런데 무라야마 지준은 사진을 왜 찍었나. 식민지의 문화, 민속, 풍습을 알아야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찍은 사진 중에 그런 것이 있다. 사진 두 장이 붙어 있다. 왼쪽 사진에는 무성한 수풀 속에 문화재가 있고 그 옆에 상투를 튼 조선인이 시커먼 얼굴로 후줄근한 전통 복장으로 서 있다. 오른쪽 사진은 왼쪽 사진과 같은 문화재를 같은 구도로 찍었다. 그런데 오른쪽 사진에는 조선인이 없고 일본인만 있다. 그는 요즘 사람처럼 세련되게 정장을 입었고 측량기구를 들고 서 있다. 무성한 수풀은 제거되어 깔끔하다. 사진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조선은 야만, 일본은 문명이라고.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는 일본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식민지를 경영했던 국가들은 다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책은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영국은 식민지 문화재를 약탈하여 영국박물관에 전시했다. 영국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가치를 발견했고, 우리가 연구했고, 우리가 잘 보존했다고. 사실은 정복의 정당성, 제국의 힘, 문명으로 포장된 야만을 보여주는 행위였을 뿐이다. 수많은 나라가 영국한테 문화재를 돌려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영국은 거부했다. 합법적으로 취득했다고 거짓말했고, 한 국가의 유산이 아니라 인류의 유산이니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관리를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들은 법에, 법의 공정함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영국 국내법은 자국의 이익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고, 약탈을 해 간 강대국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국제조약을 만든 바람에 법으로는 돌려받기가 힘들다고 한다. 책에는 영국이 문화재를 약탈해 간 범죄와 영국이 약소국을 대했던 태도가 상세히 수록되어 있는데 읽다보면 기가 찬다. 내가 왜 어렸을 때 고고학자를 동경했나. 제국의 고고학자를. 슬플 지경이었다.

 

어릴 때 하인리히 슐리만의 전기를 읽었다. 전기에는 슐리만한테는 트로이를 발견하겠다는 꿈이 있었고, 열정을 가지고 엄청난 노력을 했기에 그 꿈을 이루었다고 쓰여 있었다. 전기를 읽을 즈음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봐서 나의 당시 장래희망은 고고학자였다. 나같은 아이들 많았을 것이다. 슐리만이 사기를 쳤다는 것, 그는 도둑질을 했으며 유물을 자의로 훼손했다는 것은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대영박물관이 아니라 영국박물관이 올바른 이름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지금 아이들도 슐리만의 전기를 읽으려나. 슐리만의 전기가 알라딘에 있어 목차와 리뷰를 보니 내가 읽었던 전기와 비슷한 내용인 것 같다. 법으로 문화재를 돌려받을 수 없다면 외교로 그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문화재 소유권을 되찾는 것은 과거사를 정리하고 식민 지배의 기억을 치유한다 p344“ 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이다. 설득하려면 내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를. 슐리만을 위인으로 부를 때 많은 것이 감춰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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