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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 - 에로스와 타나토스 ㅣ 현대 예술의 거장
퍼트리샤 모리스로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평점 :
메이플소프는 당대 사회에서 금기시한 동성애와 마약에 탐닉한다. 나치 하켄크로이츠 악세사리를 달고 다니며 남창으로 일을 한다. 그가 찍은 사진에는 게이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메이플소프의 삶과 예술은 일탈이었다. 그의 평전을 읽다보니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대 사회 질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끊임없이 반문하라.
평전의 앞부분 메이플소프가 아버지한테 인정을 받지 못해 갈등을 빚는 장면이 의미심장했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니 아버지와의 대립은 앞으로 그의 생에서 벌어질 사회와의 대립을 의미하는 것처럼 상징적으로 보였다. 그 순간 메이플소프는 경계선에 서 있었다. 경계선을 사이로 세상은 서로 상이한 규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경계선에서 그는 세상을 본다. 그가 뛰어넘어야할 모든 규칙과 관습을 직시한다.
지금 메이플소프같은 연예인이 등장한다면 그는 질식당할 것이다. 도덕주의자들이 가하는 폭력. 이를테면 그가 개입된 모든 것에 대한 불매운동, 비난과 비아냥의 SNS 댓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들먹이는 청와대 청원, 가족에 대한 공격, 살의가 가득찬 시위, 저주의 기도회, 그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확정하는 루머의 향연. 끔찍하다. 도덕주의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눈물흘리는 그, 고통받고 회개하는 그이고, 그를 발가벗겨 그가 모욕당하기를 요구한다. 그를 에워 싼 도덕주의자들은 자비없는 재판관이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도 그러했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도덕주의자들은 메이플소프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메이플소프를 보자. 도덕주의자들의 주장과 다르게 사실 그의 예술은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에 있지 않다. 메이플소프의 목적은 하나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공격하여 세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 유익이 되는 것 아닌가.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그가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그래서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메이플소프의 사진은 게이로 대표되지만 게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오히려 그는 게이를 사진에 담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게이가 아니라 고정관념을 공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