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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이름 / 기타맨
욘 포세 지음, 정민영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4년 6월
평점 :
욘 포세의 두 희곡. <이름>에서 아이 아버지인 남자에게 여자의 가족들은 이름을 묻지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남자는 아이의 이름을 장난스럽게 지어주고 여자와 남자는 아이 이름을 정하지 못한다. <기타>에서 남자는 기타를 치며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결국은 기타를 포기한다.
이름을 불러서 기억되고 존재하는 것이니 <이름>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고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는 것은 존재가 부정된다는 뜻일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존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타를 치는 것은 존재한다는 의미이면서 존재에 대한 어려움을 말할 것이다. 희곡에서 슬픔과 불안이 느껴졌는데 그것을 드러내는 장치로서 <이름>에서 어둠, 이름을 정하지 못하는 것, 남자에게 이름과 직업을 묻는 사람이 없어 남자가 투명인간 취급되는 것,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과 <기타>에서 비, 추위, 땅에 떨어진 동전 몇 닢, 남자가 기타줄을 스스로 끊는 것, 아내를 화장한 사람이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 괜찮았다.
친구가 들려줬던 얘기가 생각난다. 친구는 시급이 다른 곳보다 2배는 더 비싼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일한지 일주일만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왜. 일이 힘들었나? 하니. 친구는, 힘들다기 보다는, 그래. 힘들었지. 거기는 이름을 안 부르거든. 직원들이 전부 나를 알바. 라고 부르더라고. 친구는 이름이 특이해서 학교 다닐 때 놀림을 받곤 했다. 그때마다 친구의 얼굴이 벌겋게 되었던 것이 기억나는데 이름 안 불렸다고 그만 두었다니 의외였다. 그러며 친구는, 놀리더라도 이름을 불러 주었더라면. 놀림을 당하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놀림조차 당하지 않는 것이거든...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