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권으로 읽는 스페인 근현대사 -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
서희석 지음, 이은해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평점 :
역사서를 읽는 재미 중 하나는 현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라는 뿌리를 가지고 있고, 미래 또한 현재라는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미래는 과거에서 자란 나무이다. <한 권으로 읽는 스페인 근현대사>를 읽는데 현재의 세계가 보였다.
이를테면 모리스코한테서 지금의 난민, 외국인 노동자가 생각났다. 가톨릭국가인 스페인에서 이슬람 방식으로 살아가며 차별받던 모리스코 집단이 펠리페 3세 시기에 추방되었다. 이들은 주로 농촌에서 힘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당시 스페인은 전쟁, 전염병으로 인구가 줄어들던 차여서 스페인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추방된 모리스코는 해적이 되어 스페인 선박을 공격하거나 스페인 지리를 잘 안다는 이점을 이용하여 스페인 해안가 마을을 약탈했다고 한다. (p65-67)
다문화는 서로 다른 문화를 허용하는 것이지 원주민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방식을 따라야만 한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주장하는 원주민들은 이주민이 자신들 삶의 양식을 고수해서 원주민 사회에 불안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불안은 원주민이 이주민한테 원주민의 방식을 강요할 때 생긴다.
모든 역사서는 예언서로 읽힌다. 예언서에서 무엇을 읽느냐는 역사서를 읽는 또 다른 재미인데 <한 권으로 읽는 스페인 근현대사>에서 왕들의 외교, 정치싸움을 보면 정치인들한테는 정치학 교과서로도 읽힐 것 같고, 자유로웠던 네덜란드 상인이야기나 땅투기를 한 레르마 공작 이야기는 돈버는 기술을 알려줄 것 같다. 나는 책에서 서술되지 않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읽었다. 추방된 30만명의 모리스코 중에서 원주민 스페인 사람과 사랑에 빠진 커플이 있을텐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커플의 고백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쓴 <세 강의 발라드> 라는 시와 같지 않겠는가.
과달키비르강은 흐르네.
오렌지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라나다의 두 강은
눈 덮인 산에서 보리밭으로 흘러 내려오네.
아아, 사랑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과달키비르강은
석류의 수염을 가졌네.
그라나다의 두 강은
하나는 눈물, 하나는 피라네.
아아,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