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퐁스 을유세계문학전집 9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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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의 <인간극>이라는 시리즈는 한 작품에 나온 인물이 다른 작품에도 나온다. 인물들은 서로 얽혀 있어서 사건이 하나 생기면 이야기는 배로 늘어난다. 발자크는 137편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지만 완수하지 못하고 죽었는데 발자크가 살아서 시리즈를 완성시켰더라도 137편이 넘었을 것 같다.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니 어쩌면 365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의미심장했을 것 같다.

 

<사촌 퐁스>에서 등장인물들은 마음이 유약한 사촌 퐁스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는데 그 사회는 돈과 부모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결혼을 하고, 돈이나 명성이 없으면 무시당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곳이었다. <사촌 퐁스>의 속물들이 생각하는 살기 좋은 세상은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후한 곳이 아니다. 내가 돈 많이 가지고 있고 다른 이는 돈이 없는 세상이다. 이들은 사막에 있더라도 내가 돈이 많고 다른 이가 돈이 없으면 이곳은 정녕 살기 좋은 곳이라고 고백할 것이다. 내가 돈이 있어야 내 욕망을 끝없이 채울 수 있을테고, 타인이 돈이 없어야 타인과의 비교에서 만족을 느낄테니 말이다.

 

그런데 발자크가 묘사한 19세기 프랑스나 지금 한국이나 별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몽골인 친구 A군은 곧 한국여자와 결혼할 예정이라 지금 결혼준비 중인데 나보고 하는 말이,

 

. 한국에서는 결혼식 이렇게 해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왜 이렇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럼 여친한테 말해. 불필요한 건 없애자고. 몽골에서는 결혼식 그렇게 안한다고.

아니에요. 장모님하고 여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해야죠. 일단 한국식으로 하기로 했거든요.

...한국식...

 

그건 한국식이 아니야. 라고 말하려다가 한국에서 다 이렇게 하면 한국식이 맞지. 한국식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싶어서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사는 것은 욕망 전체에 노출되는 격이다. P 226” 라는 구절에 파리대신에 서울’ , ‘한국을 넣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발자크의 문체는 장황하다. 기자출신 작가들, 이를테면 김훈, 어니스트 헤밍웨이, 세르게이 도블라토프는 문체가 간결한데 발자크는 그렇지 않아서 흥미롭다. 기자출신인 존 스타인벡은 사건과 거리를 두는 문장을 쓰곤 했는데 발자크는 사건에 직접 개입해서 그것도 흥미롭다. 기자였던 조지 오웰과 장강명이 사회비판적인 소설을 쓴 것을 생각하면 발자크의 세태를 비판하는 소설에서, 기자 출신의 특색이 여기에 있다. 감히 성급한 일반화를 시켜보고 싶기도 하여 또 흥미롭고. <인간극>을 많이 읽고 싶다. 오랜만에 <인간극>시리즈가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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