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어쩌다 입을 닫았을까 - 아이와의 전쟁을 평화로 이끄는 파트너십 자녀교육
로스 W. 그린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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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가 자라 자기만의, 친구들과의 시간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사춘기가 온다. 늘 열려있던 아이의 방문은 닫혀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부모가 문 열고 들어오는 것조차 불편해하거나 때론 거부한다. 부모는 닫힌 아이의 방문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돌아선다.

나도 그랬고, 남편도 그랬고, 친구도 그랬다. 자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에게 입을 닫게 되었다. 부모와 폭풍 같은 불화를 겪고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된 친구도 있고, 잔소리 들을 만한 것들만 입을 닫아거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자식일 때는 몰랐는데, 부모가 되고 보니 그 시절 나의 부모가 나에게 무언가 질문했을 때 내 대답이 시원찮을 경우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되었을지 잘 알겠다. 그래서 내 아이가 나에게만큼은 비밀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조금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비밀이 내 아이에게 상처를 만들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이면 더 좋겠고.

하지만, 언젠가 내 아이도 내 앞에서 입을 걸어 잠그고 방문을 쾅 소리 나게 닫는 날이 올 테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육아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말이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독립적이기를 원하지만

그것도 아이가 나쁜 선택을 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냉혹하고 엄한 부모가 되고 싶지 않지만,

그 결과 버릇없고 말 안 듣는 아이로 자라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중략)

부모들은 소리를 지르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가 말을 잘 들었으면 한다.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이다. 그러나 균형은 이따금씩 매우 위태로워지고, 그래서 유지하기 어렵다.

- p.17

저자는 부모와 자녀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협력적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까지 부모는 아이 인생의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거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처음이었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너무 허물없이 막 대하는 것 같아 내 인생에 찾아온 손님이라며, 귀하게 대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파트너'라고 하니 또 약간 대우가 달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파트너'는 상생의 느낌이 강하다. 나도 존중받고 너도 존중받고, 내가 잘되면 너도 잘 되는.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아이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다지기 위해서 부모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플랜 A :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2. 플랜 B :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 공감/어른의 생각을 밝히기/초대하기

3. 플랜 C : 미해결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수정/조정, 또는 완전히 보류하는 방법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세 가지 플랜에 대해 아이의 여러 가지 반응, 대화 사례, Q/A 등으로 나누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물론 답은 플랜 B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플랜 A, C를 사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비교해서 읽기 좋았다.

번역본이라서 그런지 대화문이 살짝 어색하기도 하고, 실제로 아이와 이렇게 길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제안하는 대로 대화한다면, 아이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협력하여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관계도 사전에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데, 역시 시기상 좀 이른 책이었나 싶었다. 그런데 영유아기부터 아이의 문제를 아이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었다! 베이비사인과 비슷한 개념이면서도 아이의 걱정과 불편함을 목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이 달랐다. 책에서 말하는 '해결책 메뉴판'을 만들어 내 아이들과 꼭 소통해 봐야겠다는 의지 장전!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능력, 기호, 신념, 가치관, 개성, 목표, 방향 등

아이의 본모습을 알고,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는 삶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 p.345

프롤로그에도 쓰인 저 문장은 책 중간중간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도 몇 번이고 반복된다. 맞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해서 오춘기가 오고, 서른 넘고 마흔 넘어 다시 나를 찾아보겠다며 애쓰는 것 아닐까.

늦게 방황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부모가 도와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일 테다.

좋은 파트너가 지녀야 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조력자'이다.

조력자는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도와준다. 조력자는 냉정하고, 자신의 감정 때문에

돕는 일을 망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p.347

이 책을 요약하자면 "자녀의 걱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부모로서 갖는 걱정과 생각을 고려할 수 있게 표현하고, 현실적이고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얻기 위해(p.346)" 할 수 있는 대화와 양육법이다.

Raising human beings.

이 책의 원제이다.

아이가 아니라 인간을 길러내는, 그 고귀하고도 어려운 일을 기꺼이, 나보다도 더 중하게 여기며 행하고 있는 많은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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