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특히 여자들이 착각하는 남자의 호의와 관심. 그것에 사랑이라 이름을 붙이고 많은 시간과 감정을 허비하며 관계를 이어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나체는 성욕이라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나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앎으로써 성욕은 언젠가 끝이 나고 그 대상은 나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사랑이 포함된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은 모두 다른 인물과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지만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여성의 정체성을 찾아 흘러가는 전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남자에 의해서 여성의 매력이 측정되거나 정의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고유한 매력과 마땅히 사랑받아야만 하는 점들을 소유한다. 그러나 그것을 타인을 통해 찾아내려고 할 때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다. 소중한 나의 고유의 매력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지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올가는 결국 그 같은 건물의 음악가와 평온하고 조용한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는 욕망보다는 섬세한 관심을 꾸준히 표현했다. 필요한 것을 선물하고 조심스럽게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점과 이성 간의 관계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나에 대한 소유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리오가 있었기에 평범하고 좋은 여자의 권위를 지킬 수 있었던 올가는 진짜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빼앗긴 상태로 보인다. 이별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별의 경험이 올가에게 나쁘기만 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별을 겪음으로써 나의 얼굴, 나의 몸, 나의 인생 전체의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올가는 정말 깊은 허망감과 허탈감의 심연을 마주했고 그것을 극복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목매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끌어간 엘레나 페란테의 대담하고 솔직한 문체들은 우리를 빠른 이야기 속으로 끌고갔지만, 긴 여운과 생각할 점들을 남긴다. 나쁜 사랑 3부작 모두 읽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랑은 때로는 헌신과 집착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주가 되는 사랑은 위험하다. 그리고 욕망과 사랑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모두 자신의 고유성을 제대로 알고 건강한 사랑을 하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생각할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