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는 이미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말과 글의 영향력은 지금까지 정치 사상계에 미치고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아렌트의 사상은 시대를 뛰어넘는 핵심 개념들을 포함하고 이는 적실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글쓴이 번스타인은 아렌트의 사상이 21세기 우리에게 도대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그 접점을 책 전반에 걸쳐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 접점을 통해 우리는 아렌트가 강조해왔던 사유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는 아렌트의 사상이 21세기 현 정치 쟁점들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적실성에 대한 고찰이라고 볼 수 있겠다. 번스타인은 9가지 파트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난민과 전체주의 개념이 인상적이었고 진리, 정치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6번째 파트 내용이 가장 와닿았다.

 

6번째 파트는 우리가 정치적 쟁점들에 대해 무관심한 동안, 즉 무사유 하는 동안 정치에서는 거짓말이 사실적 진리를 어떻게 삼켜왔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삶의 거친 현실 속에서 도피하려는 욕망이 있고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이용하여 전체주의 지도자는 거짓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조직적인 거짓말은 그것이 거짓임이 분명함에도 이를 믿고 싶어 하고 따르고 싶어 하는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에 의해 큰 위험성을 지닌다.


사실이 사실로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사실은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은 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부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은 어떤 강력한 유혹이 될 수 있다. 이미지 메이커들은 이를 이용하여 청중들이 원하는 말로 거짓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럼 사실은 어떻게 되는가? 이 이미지 메이커들은 사실적 진리를 그저 또 하나의 다른 의견처럼 치부해버리는 일에 능숙하다. 이들의 횡포에 의해 언론은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취임식에 참여한 군중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명백하고 뻔뻔한 거짓말이었음에도 이를 충성스럽게 믿는 추정자들이 존재했다.


다양한 거짓과 진실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이 사실적 진리인지 분별하는 것에 지쳐있다. 그리고 분별에 실패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구분에 대한 의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렌트가 경고하는 바이다사실은 약하지만, 사실적 진리가 가진 끈질긴 힘이 있다


우리는 현장에 있거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언론에 의한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사실과 거짓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 언론을 수용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것을 사실로 채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조직적 고의적 거짓말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사실적 진리에 대한 끈질긴 추구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때로는 달콤한 거짓보다 씁쓸한 사실을 채택할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아렌트의 여러 지적은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접하는 여러 사회적 이슈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문제를 문제로 볼 수 있는 사유의 힘이 생겼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무사유의 존재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어떤 결심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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