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습니다만
이수용 지음 / 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맛있는 산문집을 읽었다.

사실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요즘 SNS를 통해 유명해진 젊은(어린)작가들이 쓴 아마추어스러운 책이겠거니, 요즘 유행하는 현실세태 불평 불만을 쏟아낸 책이겠거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력이 없는 작가소개를 보고 처음에는 별 내용 없겠지, 큰 기대 하지 않고 가볍게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네 ㅋㅋㅋ) 

하지만 몇 페이지 읽다가보니 글의 내공이 달랐다. 나와 몇살 차이도 안나는 것 같은데, 이토록 깊은 맛이 나게 글을 쓸 수가 있나 감탄했다. 재미도 있었고, 글 속에서 나의 20대 시절의 모습도 발견했다. 

지금까지도 나는 굉장히 멍청하고 미숙한 20대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어린 청년의 삶은 그런 것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네 안도감이 들었고, 웃음이 났다. 

특히 20대에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고생했던 기억이 작가의 글과 겹쳐서 내 얘기 같았다. 조금 다른것이 있다면 작가는 취업준비를 하며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나름의 행복과 만족을 누렸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보다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려고 (인턴이나 경력에 도움되는 활동을 주로 함) 용썼던 나였기에,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소한 행복과 만족감을 누리는 작가가 대단해보인다.

물론 그에게도 시행착오가 있고, 미숙한 어린시절은 존재했지만, 작은 것에도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며 20대를 보낸 그의 청춘이 부럽기도 하고, 그를 붙잡아 준 것은 글쓰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얼마 전 까지 이직을 하거나, 경력관리를 할때도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렸던 지난날이 생생하다. 하지만 권고사직도 당해보고(세상에 내맘대로 되는게 없다고 느낌), 예비엄마가 되고보니(가정이 일순위) 마음의 여유가 생긴것도 있지만, 어느정도 현실 타협을 하다보니 그 까짓거 내 인생에서 필요하긴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20대 시절, 작은 것에 감사하고 불만이 좀 더 적었다면 지금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가지 않은 길, 그리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해 문득 생각해 본다. 


생각이 많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그 밖에 하고 싶은 얘기...


책 표지 디자인이 세련된 느낌. 손끝에 만져지는 재질감이 독특하면서도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아서 서점에서 한번 더 손이 갈 것 같다. 

편집 디자인이 독자를 배려한 느낌. 정갈하고 아름답다. 적절한 삽화 구성도 좋다. 


- 출판사 책 제공에 따른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