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 애지시선 49
유현아 지음 / 애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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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날마다 똑같은 허기가 찾아와


난 땜질하러 돌아다녔지

연장은 필요치 않았지, 연장만 필요했지

단기 근로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일사천리였어

15년 경력은 필요치 않았지,

완벽한 일처리도 원하지 않았어

난 땜질만 하면 되었어

6개월에 한 번씩, 3개월에 한 번씩

운 좋으면 10개월을 할 수도 있지

휴직한 그들의 인사고과는 구껍고 우수해졌어

점심시간이 되면

난 땜질을 잠시 쉬고 밥 먹으러 가지

하늘이 듬성듬성 땜질 되어 있고

저 구름도 땜장이처럼 위대해 보였어


늘 똑같은 허기가 찾아와


저길봐

반 토막 난 해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거 보이지



유현아 시인의 시에는 생활이 담겨져 있다.

우리 동네 횡단보도 앞 오묘한 질서에 대해

생고기집 풍경에 대해

중계동 사거리 신호등과

수줍은 사람들

명랑한 아버지와 거친 손을 가진 어머니가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된다.


여름과 가을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나

다시 시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나의 선생님

글을 쓰도록 마음 속 돌 하나 얹어 준 고마운 조언들

감사한 마음으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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