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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 헤는 밤
이명현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아주 가파른 고개의 꼭대기에 있었다. 등교하다가 친구들을 만나도 헐떡이며 고개를 오르느라 수다 한 번 제대로 떨지 못했다. 추위가 시작되었던 어느 겨울 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고개를 내려오던 날, 친구가 밤 하늘을 보며 "저기 하늘에 별자리 좀 봐. 더블유자 모양이 오리온 자리고 그 옆에 큰 별이 네개 있고 가운데 별이 모여 있는 저게 카시오페아야."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던 내 친구는 두 오빠의 대학졸업을 위해 진학을 포기했고 여러 회사의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신랑을 만나 아들 둘만 있는 자칭 동메달 엄마가 되었다.
나름 치열한 20대를 보내며 가끔 올려다 본 겨울 하늘에 친구가 알려준 별자리들이 지친 내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했다. 이제는 별자리도 희미해지고 별 보다 인공위성이 더 빛나고 있지만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던 내 친구는 나에게 가르쳐주던 대로 겨울 하늘 속의 별자리를 아들에게도 보여줄테지. 나의 별 볼일 있는 별 에피소드다.
과학자라면 생각나는 것은? 괴팍하다. 이성적이다. 외골수다. 융통성이 없다. 과학밖에 모른다 ......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별이야기라니 상식을 넓히고자 책을 들었다. 그 이상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 과학자가 쓴 거 맞을까? 이런 낭만적인 과학자라니 나의 편협한 편견이 부끄럽다.
소개해준 시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별을 노래한 시가 이토록 많다니 별은 영원한 우리의 로망인지도 모른다. 윤동주 시인부터 어느 초등학생의 시까지 별을 주제로한 콜렉션이다.
별에 대한 에피소드 또한 바삭바삭 달콤쌉쌀하다. 첫사랑 누나와의 스킨쉽부터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의 첫키스 이야기며 연구실로 무작정 찾아온 초등생들을 자장면으로 대접한 이야기, 음악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던 우주퍼포먼스, 별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어린시절 조경철박사님이 어린이프로에 나오셔서 친절하고 구수한 말솜씨로 별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책 후반에 나온 조경철박사님 몰래카메라 에피소드까지 쓰여져 있어 반갑기도 하였다. 별이야기에 조경철박사님이 빠지시면 섭섭할 것 같다. 나같은 일반일도 알고 있는 별박사님이신데 말이다.
어느 추운 겨울 날 별별이야기를 하기좋아하는 친구를 우연히 만나 길가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국물에 소주한잔 하면서 "야 그때 그랬었잖아" 하며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의 이야기 수다를 듣는 기분이었다.
별 이야기가 꼭 별이야기여야 하는 건 아닌다. 이세상의 별별 이야기가 다 별 이야기가 되니까.
과학자가 들려준 별별 이야기 잘 읽었다.
저는 위 도서를 출판사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