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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ㅣ 브런치 시리즈 1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4년 10월
평점 :
제목부터 감미롭구나. 철학 브런치라니......
가까이에 사는 친구가 차라도 한잔 하러 오라고 보낸 짧은 문자를 받은 기분으로 책을 들었다.
철학을 소개해주는 몇몇권의 책을 읽었지만 혼자서 키득이며 웃으며 읽은 철학서는 또 처음이다.
"철학이 뭐 별거냐? 읽어 보니까 별거 아니더라. 꽤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게 철학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소크라테스부터 하이데거까지 16명의 철학자들의 철학을 어려운 현학적 해석은 배제하고 나같이 우매한 독자들을 위해 눈높이를 낮춰주었다. 원문과 영어텍스트를 함께 소개하고 있어 철학서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읽은 것 마냥 즐기며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나처럼 안 읽어도 읽은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반기는 구성이 아닌가.
소크라테스가 우리반 담임이라도 되는 냥 필요할 때마다 들먹이는 철학자지만 그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 없다. 이번에 한번 사귀어 볼까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저서를 한 권도 쓰지않았다. 어쩌면 문맹일지도 모른단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저서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저자의 의심을 읽다보니 그런 것도 같다. 어찌되었든지 소크라테스라는 철학자를 2000년이 넘는 이 시대까지 살아있는 어떤 철학자보다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 플라톤이 아닌가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겸손한 척 물고늘어지는 "왜?"라는 질문은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질책하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상하게 하고 소크라테스의 적이 되기에 충분한 말솜씨다. 아무것도 모른다더니 상대방의 논리를 보기좋게 비꼬아버린다. 그러니 독배를 안마실 수 있었겠는가.
플라톤의 [향연][국가론][파이론]을 원문으로 읽어보라고 맛보기를 보여준다. "어때 맛있지? 믿고 읽어봐"라는 꼬임에 넘어가 나의 도서목록에 추가시켜버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적 존재론은 공자의 철학과도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가 현실보다 우월하다고 보고 현실을 초월해 이데아의 세계로 넘어간 스승의 주장에 반에 현실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알기 위해서라도 먼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복잡한 철학이야 내 알바 아니지만 서양철학의 논리와 이성의 양갈래 대결은 아직도 진행중이란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속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사람의 몸짓이 그들의 대조적인 사상을 표현한다는 말에 그림에 한번 더 눈길이 간다. 고대 그리스 문명을 빛낸 여러 철학자들이 등장한다고 하니
숨은 그림찾기라도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시라.
로마의 엄친아 '키케로'는 하나님의 질투를 받을만큼 서양인들의 '키케로앓이'를 했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라니 '인문학'의 대가임의 틀림없다. 뛰어난 웅변가이자 현실주의자 였던 그도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고 암살되고 만다. 아무리 천재라도 자신의 앞날은 모른다니 그건 공평하다.
이외에도 베이컨, 데카르트,칸트, 헤겔 , 니체 볼테르, 카뮈, 하이데거까지 근대철학의 핵심 철학자들을 저자의 재치있는 글 솜씨로 재미있는 철학을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영어번역의 미묘한 맛을 보여주고 싶어 실은 영어텍스트는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어차피 영어도 로마어나,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번역한 것 뿐이지 않은가. 굳이 영어텍스트를 넣어 원문을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어텍스트 덕에 두꺼운 책은 두께에 비해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니 그것도 괜찮은 것 같다.
저자의 재치있는 글솜씨나 어디서도 읽어본 적 없는 유머러스한 남다른 해석이 읽는 내내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샴페인같이 가볍고 똑 쏘는 게 바로 철학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이벤트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