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기댄 畵요일 - 오직 나만... 위로하는 그림 전展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 좀 아는 별로 안 친한 지인이 "오늘 시간 되시면 저랑 그림이나 보러 가실래요?" 하고 물어서

나도 심심하던 차에 "그러지요 뭐 날도 좋은데...."하면서 따라 나선다

둘은 안 친하니까 존댓말을 쓴다 아주 어색하게. 

안 친한 지인은 난 한번도 본 적 없는 초상화 앞에서 한참 그림을 감상한다.

나는 '다른 좋은 그림도 많은데 왠 초상화야' 하고 속으로 투덜거린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연다 "초상이라는 엄격한 형식 안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담지 않았나요? 담담한 듯 하나 쓸쓸한 그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네요"

나는 "도포자락은 섬세하군요" 조금이라도 아는 체 하고 싶어 대답한다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초상화의 주인공은 심득경이며 윤두서의 친구이자 육촌 동생이며 그들이 살아야했을 세상에 대해 친구를 잃고 그리워하며 그렸다는 말을 감상에 절은 미사여구로 설명해준다.

난 그의 감상이 지겨워 딴 생각을 살짝 하고 있으려니 다른 그림을 보러 가자며 발걸음을 옮긴다

 김정희<세한도> 아는 그림이 눈에 띄길래 "저~ 이 그림 먼저 볼까요?" 하고 물으니 "친구입니까?" 뜬금없는 물음이다.

내가 대답할 사이도 없이 친구에 대한 감상적인 담론이다. '그림 설명이나 하시지' 시큰둥한 내 반응을 눈치 챘는지

"친구라는 감상이 뜬금 없었지요? 보는 사람마다 평이 갈리는 그림은 세한도가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붓과 함께한 그의 평생이 답이 되겠다 싶습니다" 그의 '.....싶습니다' 라는 말투도 이젠 그런가 싶다 제주도 유배지에 선물을 보낸 제자에게 감사의 글과 함께 보낸 그림이다 그러니 그림보다는 그 글 덕분에 더 인정받는 그림이다 최고의 명성을 얻었을 때는 당연히 많은 친구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유배지에 오니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글이라서 친구에 대한 담론으로 시작했다는 설명을 듣고는 또 기나긴 감상에 젖기 전에 어서 다른 그림으로 패스~

 신윤복의 <월하정인>이다. 달빛에 연인이 한껏 멋을 내고 뉘집 뒷 담장을 끼고 밀당을 하고 있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막 시작할 때가 좋을 때다 하며서 그림을 보고 있자니 " 역시 데이트는 은은한 달밤이 좋지요 예나 지금이나요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요"  간만에 지인의 말에 동감하며 두페이지 가득 그림을 감상한다.

 "어디서 소리 안 들리세요?" "뭔 소리요?" "바로 이 그림에서 나는 소리요?" 정선<만복동>그림에서 소리가 난다며 소리를 들어보란다 유명한 그림이니 나도 어느 화집이나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정선의 그림이다. "뭔 소리를 들어야 해요?"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이 공간입니다.  여기 인물들이 딛고 선 공간 , 둥글게 휘어 감기는 이 공간입니다....튕겨나갈 듯 휘어진 곡선.....이 시원한 물줄기 소나무의 춤 추는 소리가 들리시지죠?"  나는 속으로만 '나도 언젠가는 소리가 들리는 그림을 볼 수 있겠지요' 궁시렁대며 그의 장황한 감상의 폭포수에 귀를 기울리려 노력한다.

 

 하늘이 너무나 푸르던 어느 날 그 따뜻한 평화가 좋아 그림에 기댄 화요일,

그의 지나친 감상만 아니었으면....아니, 어색한 존댓말만 아니었으면.....아니 '...하다 싶습니다' '...겠지요' '....거죠' 이런 말투만 아니었어도 어쩌면 잊지못할 '화요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림을 좀 아는 너무나 감성적인 지인이 " 오늘 저랑 그림 보러 가실래요?" 하고 묻는다면 아마도 또 못 이기는 척 따라가겠지

그리고 " 이제 좀 친해졌는데 말 놓자" 하며 슬그머니 제안해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