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 그토록 오래 주고받은 관계의 문화사
최원석 지음 / 한길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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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산은 무엇일까?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산이란 늘 눈 앞의 풍경이요

사계절을 알려주는 곳이요 가끔은 위로와 놀이터였다

몇해전 미국의 일리노이주에 갔을 때 달려도 달려도 끝없던 평원이 어찌나 낯설고 밋밋하던지

산이 없는 풍경은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산의 인문학이라니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산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이정도는 되야한다는 듯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이 두꺼운 책을 가방에 넣어 어디든지 가서펼쳐 읽었다 일주일 넘게 걸렸다

어디 가까운 산이라도 가서 읽어야 할까? 마음만 앞서다  어느새 책 속의 산을 걷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바라본 산은 생명이요 삶의 터전이요 어머니요 요새다

산이 둘러쌓인 곳이 마을이 되고 삶의 중심이 된다

조선이 한양을 수도를 삼을 때도 사방 산의 기세를 보았다

산을 말할 때 풍수지리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는 풍수지리는 미신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산자락 하나하나 나무와 돌 하나도 생명으로 여겨 예사로이 보지 않는 옛 조상의 지헤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풍수는 자연환경의 질서와 이치를 생명의 원리로 사유하고 이해하는 독특한 자연학이자 환경학-p39-

​이라는 글을 보며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집을 지을 때도 길을 닦을 때도 산맥의 정기를 끊지않기 위해 자연 그대로를 살려 내었다

서양은 산과 자연을 정복해야할 것으로 여기지만 우리는 더불어 사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낫 장애물로 여겨 함부로 파헤쳐지고 구멍이 뚫리고 끊어져 내린 산허리가

안타깝고 아프다

산을 인간이 되고, 천산이 되고 용산, 조산이 되어 우리를 지켜준다

모든 건국신화는 산에서 비롯되었으며 산이 있는 곳에 인간이 있었다​ 용이 되어 농사를 주관하였으며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놀란 것은 우리나라의 지리를 연구하고 기록한 지리지와 지도책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나의 얄팍한 지식 속의 우리나라 지리지와 지도책은 초등시절 배웠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나 역사책에서 배운 임원경제지 택리지 정도인데 수많은 지리책을 작성한 우리 조상님들께도 놀랐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많은 책을 연구했을 저자에게도 존경의 마음이 솟는다

우리나라의 명산은 시대의 사상에 따라 달라졌다

고려시대까지의 명산은 형세가 빼어난 것을 두고 말했지만 조선에 들어오면서 유교적 이념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명산의 잣대가 되었다

명산을 소개하는 글 옆에 아름다운 산의 사진들에 마음을 빼앗기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나도 산자락 어디쯤 거니는 듯 즐거운 마음으로

산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지리산 명당에 자리 잡은 청학동은 신선의 땅이라고 할만큼 수려하고 이상을 실현할 만큼 토지가 비옥하고 수자원 기후까지 좋다고 하니

옛것을 지키려는 촌락으로만 보였던 청학동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공기가 늘 있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산이 늘 가까이 있어 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안나푸르나처럼 빙벽을 깨고 오르지 않아도 된다

중국의 태산처럼 우러러보지않아도 된다

일본의 후지산처럼 위태하지도 않다

우리의 산은 우리와 더불어 한 생명인 듯 조용하다 

언제든지 오르라고 등허리를 내준다 쉬라며 바람을 주고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이야기를 숨겨두었다

이 책을 쓰느라 수 많은 산을 오르내리셨을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산에 대해서 우리의 땅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

산을 오를 때 어쩌면 산과 이야기라도 나누게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이벤트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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