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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창경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9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창경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온 가족이 함께 꽃놀이를 했던 기억이다
그때는 창경원이라 불렸다. 36년동안 나라를 빼앗겼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다시 창경궁으로 바뀌어 새롭게 궁의 모습을 갖추었어도 시절을 쫒아 피어나는 꽃을 보러 친구와 또는 연인과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소풍 삼아 걷던 곳일뿐이었다 .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콕콕 쑤시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500년이나 된 궁궐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이제야 귀 기울이게 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참 정성스러운 책이다 역사의 사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아주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 주고 이야기에 맞는 장소의 사계절 사진, 직접 그린 그림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덕분에 눈이 호강이다 이야기를 읽는 느낌보다 이야기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야기를 자분자분 풀어간다
지금은 터만 남은 취선당은 숙종이 장희빈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장희빈과 인현왕후, 숙종의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왜곡되고 편파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보고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사극의 단골 이야기로 등장하는 장희빈, 아들까지 불구자로 만들어버린 모성도 없는 극악무도한 여자로 그려졌던건가 그러나 장희빈은 자신의 자리를 지켜 줄 든든한 친정이 없었을 뿐이다. 당쟁의 회오리 안에서 왕인 한 남자를 사랑하고 아들을 낳고 작은 아이를 잃고 또 믿고 의지하던 지아비에 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했던 한 여인이었다 .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살뜰하게 꾸며졌을 취선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제는 터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병자호란이 끝난 후 청으로 인질로 갔다가 8년만에 돌아온 소현세자가 죽음을 맞은 환경전
정조가 태어난 경춘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어가던 승무원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정조가 가효당 현판을 옮겨 주었다던 자경전 이제는 터만 남아 나무만 자라고 있다
어느 한곳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창경궁을 함께 걷고 있었다
그 아름다웠던 산책로가 자경전터였구나 감탄도 하고
장희빈의 이야기에 눈물도 찔끔 흘리고 혜경궁홍씨의 한중록을 떠올려보려 애도 썼다
춘당지가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하며 기억도 더듬는다
궁궐을 문화재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하니 살아있는 역사를 배우는 듯하다
우리 아이들과 창경궁에 다시 가게 될 때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수 많은 전란과 아픔 속에서 예전의 모습은 많이 잃었다해도 이렇게 이야기와 함께 한다면 영원한 힐링여행지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