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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전집 - 푸, 피글렛, 티거와 함께 떠나는 숲속 모험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평점 :

이번 주말에 읽은 책은 제목만 들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곰돌이 푸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곰 캐릭터,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노란 곰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리지널 디즈니 캐릭터가 아니라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번에 내가 읽은 '곰돌이 푸 전집'은 내용뿐만 아니라 수록된 삽화도 원작에 실렸던 원화들로, 우리가 알고 있는 디즈니 버전 푸의 그림체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원화들이 책에 가득 실려 있어서 읽는 내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참 좋았다. 책을 읽으며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 또한 느낄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풍선이 좋아?"
네가 푸에게 물었어
푸는 앞발 사이에 얼굴을 묻고 아주 신중하게 고민했어.
"그건 이거랑 비슷한 거야"
<곰돌이 푸 전집> 中
어린아이와 푸의 대화 중에 둘이 갑자기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장면에서 아직 영어를 모르는 아이들이나 별생각 없이 읽는 어른 모두 갑자기 왜 뜬금없이 대화 내용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각주를 달아 놓아서 'like'가 좋다 와 비슷하다는 의미 갖고 있으며 지금 둘이서 각자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음을 독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책이 구성되어 있었다. 중간중간에 이런 배려가 없었다면 이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는 똑똑하지도 않고 여러 가지 사고를 치며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해결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 최근에 무기력감과 비관에 빠지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고 나름대로 소소하게 항상 행복을 느끼며 마무리되는 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분명 이번 주에도 내가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고 내가 아무리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럴 때 푸를 생각하며 한번 덜 찌푸리고 한 번 더 미소지을 힘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하자, 호! 곰의 인생을 위해!
노래하자, 호! 곰의 인생을 위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난 괜찮아,
새롭고 멋진 내 코 위에 꿀이 잔뜩 묻어 있으니!
눈이 내려도 눈이 녹아도 난 괜찮아,
깨끗하고 멋진 내 앞발에 꿀이 잔뜩 묻어 있으니!
노래하자, 호! 곰의 인생을 위해!
노래하자, 호! 곰의 인생을 위해!
한두 시간만 지나면 난 뭔가 작은 걸 좀 먹을 거야!
<곰돌이 푸 전집> 1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