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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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제목에 어그로가 끌려서 읽게 되었다. 음? 동검? 이게 무슨 소리지? 

이 책 속의 세상은 마왕과 몬스터들이 있는 RPG 게임 같은 세상이다. 인간들은 주기적으로 용사를 선정하여 마왕과 싸우게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 마루의 동생 바츠가 용사로 뽑히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마루는 마을 무기 상점에서 일하고 있는 견습 상인이다. 마루의 유일한 가족은 동생 바츠뿐인데 어린 시절 극심한 생활고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마루 형제를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데 마을의 마음씨 좋은 상인이 이들 형제를 거두어 주었다. 마루는 견습 상인으로 상점에서 일을 배우고 검술에 소질이 있던 바츠는 검술 도장에 들어간 후 실력을 키워 용사가 되었다.

바츠가 용사가 된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용사들은 마왕에게 가는 여정 중 죽거나 마왕에게 죽는다. 어떻게 해서든 동생 바츠를 살리고 싶은 마루는 좋은 장비를 동생에게 주고 싶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떠나는 용사에겐 무조건 '동검'을 주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어째서 목숨을 걸고 마왕과 싸우러 가는 용사에게 좋은 장비를 주지 않는 것일까? 상인인 마루는 그 이유를 알아내고 동생에게 최고의 장비를 주기 위해 동생보다 먼저 여행을 시작한다.


이 책의 배경은 판타지 혹은 게임 속 세상과 같지만 사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부조리한 사건 또는 불합리적인 제도들을 모티브로 재치 있게 각색하였다. 우선 마루가 처음 갔던 이웃 마을은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경제 사건이었던 튤립 파동(단 3달간 튤립의 이상한 시세 상승으로 급격하게 가격이 올랐다가 폭락하여 순식간에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마루는 영리하게 이를 이용해 어느 정도 돈을 벌었으나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가난한 남매를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그 이후에도 마루는 여러 마을을 여행하며 노예 산업과 아편 전쟁(모티브) 그리고 전쟁까지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대상인과 권력자 등을 만나게 되고 슬기롭게, 때로는 약삭빠르게 문제들을 극복하며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한편, 계속 우리들에게 인간은 통제 또는 절제가 되는 것인지, 누구에게 권력을 맡겨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책의 첫인상은 굉장히 가벼운,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매우 진지한 내용으로 결말은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언급할 수 없다. 마루의 흥미로운 여정을 통해 역사 속에서 있었던 이상했던 사건과 부조리함, 정치 제도와 철학까지도 딱딱하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관련 지식이 있거나 이 분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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