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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를 위한 픽사 스토리텔링 ㅣ 스토리텔링 비법 시리즈
딘 모브쇼비츠 지음, 김경영 옮김 / 동녘 / 2024년 4월
평점 :
'창작자를 위한 픽사 스토리텔링'은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10가지 주제로 나누어 수록한 작법서이다.
어린 시절부터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즐겨보는 나는 어떻게 픽사에서 몇 년에 한 번씩 꾸준하게 나를 울리고 감동시키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적을 순 없고 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두 가지 인상적인 픽사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해 얘기해 보면
첫째, 픽사 특유의 오프닝 시퀀스(플래시백)이다. 난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 '업!'을 가장 좋아한다. 도입부에 나오는 업의 플래시백 장면은 칼과 엘리의 첫 만남부터 결혼 생활과 엘리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까지 잔잔하게 보여준다. 일반적인 작법 원칙에선 회상 장면(플래시백)을 장점보다 단점이 많으며 자칫 시작부터 지루하게 만드는 장치로 보기도 하는데 픽사의 오프닝 시퀀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단편극과 같이 지루하지 않게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과 그 작품에서 겪게 될 갈등의 원인과 진행 방향이 궁금해지도록 해준다. 이런 멋진 오프닝 시퀀스를 누구보다 제일 잘 만드는 것이 픽사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빌런(또는 적대세력) 설정으로 난 이것으로 인해 픽사 애니메이션이 어른과 아이가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픽사의 작품에는 보통 둘 이상의 빌런 또는 적대세력이 등장한다. 나의 또 다른 최애 작품 중 하나인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딱히 빌런이라고 지칭할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라일리의 머릿속 험난한 환경 자체가 적대세력이 되고, 두 주인공 중 하나인 기쁨이가 위기를 틈타 슬픔이를 버리려고 하는 적대자가 되기도 한다. 빙봉 또한 안타까운 처지이지만 빌런의 역할을 잠깐 맡기도 하며 이러한 복잡한 관계들이 작품 안에서 매끄럽게 연결되며 결국 모두가 '아 저렇게 아이가 자라는구나'를 깨닫게 이야기를 완결 짓는다.
나는 인사이드 아웃을 조카들과 함께 봤었는데 보고 난 후에 이건 어른을 위한 작품인데 과연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아이들이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작품을 즐길 수 있었고 어른들은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면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픽사의 스토리텔링 실력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도 일차원적인 빌런 랜달이 등장하지만 마이크가 빌런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인간 아기 부 또한 골칫거리 적대자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봤던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몇 가지 작품들은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고 이 책을 보며 조금은 더 알게 된 픽사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생각하며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