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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오직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자연 에세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서평단 신청한 마거릿 랜클의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긴 편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한 편씩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는 세심한 시각으로 자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화창하고 화사한 부분만을 보지 않는다. 작가의 시선에서는 갓 피어난 생명체에 대한 놀라움과 찬사도 느껴지지만 동시에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가여움, 포식 관계와 소멸에 대한 걱정, 두려움도 느껴진다. 그 대상은 그녀의 마당에 날아든 나비 한 마리, 새 한 마리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녀의 부모님, 또 가끔은 그녀 자신이기도 하다. 자연은 결코 보기에 좋은 부분만을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시선은 몹시 진지하고 또 겸허다.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동반한 글을 쓰다보면 죽음에 익숙하고 무심해질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시간의 흐름대로 쓰여진 에세이 묶음이 아니기에 작가의 작고한 어머니가 여기저기서 등장하는데, 우울증을 깊이 앓았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문장마다 느껴진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제발 죽지 않기를 바라는, 그러면서도 이게 제발 마지막 숨이었으면 하는 그 이중적인 오묘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자연은 만들어진 인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때문에 단방향으로 흐르지도 않고, 인간이 원하는 어떤 마침표나 속 시원한 결과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모든 행위와 현상에 이유와 의미, 징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자연의 이야기를 원하고 또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작가는 이 사실 또한 글 속에 담담하게 녹여낸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자연을 숭배하거나 경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는 깨달음까지도.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과 삶에 대한 통찰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자연을 무조건적으로 대상화하지도 않는 글이다. 죽음에 대해 자꾸만 물어오는 자신의 어린아이에게 무심한 사탕발림 대신 진지하고 깊은 대답을 반복해 들려주는 작가를 보고 있으면 나는 언제 저렇게 죽음에 대해, 생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돌아보게 된다.
자수처럼 섬세하게 그려진 삽화까지도 글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단순히 그림작가가 에세이작가의 의뢰를 받아 설명대로 그린 게 아니라, 작가와 함께 자연 속에서 뒹굴며 성장한 작가의 형제가 그렸기에 더 글과 잘 어우러지고 가슴에 와닿는 듯 하다. 새해 첫 날을 이렇게 생명과 죽음이 가득한 책으로 시작하게 되다니 왠지 뜻 깊다. 열린 마음으로 아주 풍성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ㅎㅎ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