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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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어서 함께하게 된 벽돌책 챌린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설령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링컨 대통령 암살범'이라는 존재로는 인지하고 있는 존 윌크스 부스...가 아닌! 그의 형제자매와 어머니와 아버지...즉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600페이지짜리 책이라 출퇴근하면서 읽기가 쉽진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괴물일 때, 그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표지의 문장처럼 작가는 결코 존 윌크스 부스를 옹호하거나 쉬운 방식으로 연민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의 행적이나 심리를 깊게 다루지도 않는다.


화석을 발굴하려면 화석 그 자체가 아닌 주변의 흙을 파내야 하듯, 작가는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존 윌크스 부스에 주목하는 대신 대통령 살인범을 가족으로 갖게 된 또 다른 부스들에게 주목한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제를 걱정하는 그들을 통해 존 윌크스 부스 또한 알게 된다.

확실히 존 부스는 과격한 데가 있는 사람이다. 가족들 사이에서 유별나게 남부의 편을 드는 사람이고, '정당방위'를 핑계로 내세우며 아무렇지 않게 총을 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엄청난 악마인가 하면 딱히 그렇지 않다. 노예폐지론을 두고 마을이, 주가, 국가가 대립하는 격동의 시대였기에 존 정도로 피가 들끓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누이들의 말을 수용하는 것 같은, 적어도 그녀들을 안심시키는 말 한 마디를 건넬 줄 아는 존이 그들에 비해 특출나게 더 못됐거나 폭력적인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래서 결국 연극 도중 링컨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존 윌크스 부스이다.

링컨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꽤 건조하다. 여기에서 소설이 마무리됐더라면 아마 나도 이 소설을 영원히 '링컨을 살해한 테러리스트 존 윌크스 부스'와 그의 부수적인 가족들 이야기로 기억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평이한 결말을 그리는 대신 뒤에 강제로 남겨져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부스 사람들에게 한 파트를 더 할애한다.

그들은 처음에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 한다. 심지어 로절리는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적어도 (대통령과 북부를 싫어했던) 존은 좋아하겠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 생각은 바로 뒤에 이어진 "존 윌크스 부스가 체포되었습니다." 하는 신문팔이 소년의 외침에 깨어지지만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가족이 미국 최고의 악당이라는 사실에 부정도 했다가, 침묵도 했다가, 괴로워도 한다. 심지어는 로절리는 자신이 존을 정말 알았던 적이 있는지조차 의심한다. 누군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살인자 존은 그녀가 아는 세계 안에는 없었다. 상황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은 후에도, 그들은 아무 때고 존을 떠올린다. 존을 사랑하는 것은 금지된 행위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작가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그것은 아무도, 심지어는 그들 스스로도 막을 수 없다. 에드윈의 말처럼, 그들이 '형제'이기 때문이리라.

준이 대통령 살해범의 형이라는 것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데도 그를 잡으러온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를 숨겨주는 호텔 직원들을 보고 있자면, 동시에 '부스 가문'이 얼마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어 오묘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사람들의 그토록 격렬한 반응은 사랑에 대한 배신감이 더해진 반응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배우의 길을 택한 준, 에드윈, 존이 결코 '부스'라는 성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처럼 (심지어는 배우가 아닌 에이시아조차 자신의 결혼에 부스라는 이름이 크게 작용했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 살해범 존 윌크스 부스가 자신의 형제라는 사실을 영원히 떨쳐낼 수 없다. 이것은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도, 부정한다고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핏줄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영광과 불명예가 부스라는 이름과 영원히 함께 가는 셈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이지만 흡입력이 대단해서 금방 읽었다. 이야기 자체도 몹시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후기에 남아있는 작가의 말-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도들이 남부 연합의 깃발을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마지막이기를 염원한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비록 작가가 책을 저술하는 동안엔 이뤄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책을 읽는 현재에는에는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가사를 담은 메릴랜드의 주가가 폐기되었다는 사실이 작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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