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 ㅣ NEON SIGN 2
클레이븐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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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즘의 가장 핫한 소재는 AI-로봇인 것 같다. 최근에 나온 영화들 중에서도 AI를 중요소재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 꽤 된다. SF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어찌됐건 반갑다.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는 인간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철저하게 로봇-민수의 시각에서 움직이는 이야기지만 하드한 정통SF라기보다는 오히려 좌충우돌 모험기에 가깝다. 굳이 비교하자면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떠오르는 작품이랄까.


이야기의 배경은 로봇 양로원 안티오크. 민수는 인간식으로 표현하자면 늙은 로봇이고…그는 양로원의 '검은손'이다. 양로원은 얼핏 낡고 오래되어 쓸모를 다한 로봇들을 수용하여 돌보는 안식처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들 여기저기 망가져 삐걱대는데 고쳐주는 사람은 없다. 가끔 주기적으로 '인간 아이들'이 와 그들을 돌볼(돌볼?)뿐이다. 민수가 마약과 부품을 비싸게 밀수해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주인공치고는 제법 못됐다. 인정사정 없고, 인간을 싫어하고, 자신의 과거도 싫어한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온갖 밀수밀매…불법이 허용되는 지금의 생활뿐이다.

자살을 하고 싶다고 떠들어대는 한물 간 록스타 로봇 티코가 그의 룸메이트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민수의 평화로운 검은손 생활은 그의 요란한 존재로 인해 풍비박산 나고 만다. 안타깝게도 민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다 티코를 좋아했다. 오직! 민수만이 그의 노래에 괴로워할 뿐이다.

그러던 와중 마피아 보스 돈 까밀레오가 그에게 대부처럼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바로 록스타 로봇 티코의 머리를 가져오는 것.

그의 개인적인 이유야 어찌됐건, 민수 생각에는 그의 제안을 들어주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다. 자살하고 싶은 티코도, 티코의 머리를 갖고 싶은 돈 까밀레오도, 그리고 티코가 없어야 행복한 민수 자신까지도.


티코가 자살하고 싶은 이유는 별 게 아니다. 록스타는 멋지게 자살해야 남들의 기억에 남는다, 이게 전부다. 그야말로 록스타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누구나 주목할 만한 멋진 자살을 꿈꾸고, 민수는 그런 그를 별나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민수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로봇이니까.


“넌 이런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야? 막 더러운 노래라든가, 아니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모든 노래는 다 좋은 노래야. 그중에 더더욱 전설적으로 좋은 노래가 있을 뿐이지. 자, 다음 곡 간다.”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 149p


하지만 사실 그들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으로 자기 자신의 갈 길을 고르는 것.


이제 인간들은 인간보다 로봇을 더 친숙한 존재로 느끼고 있었다. 민수 역시 그들의 심경을 아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육아 로봇의 손에 커서 장례지도사 로봇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모든 인간이 그랬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이 로봇을 아예 부모처럼 여기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 53·54p


처음엔 로봇을 부모처럼 여기게 됐다면서 로봇들 말년 취급이 대체 왜 이러지 싶었다. 사실상 죽지 못하게 막는 것만 빼면 쓰레기처리장과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거창하게 로봇 양로원이라고 만들어서, 사실은 제대로 돌봐주는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인간이라고 다른가? 물론 끝까지 부모와 조부모를 잘 봉양하는 사람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제법 많다. 한 달에 한 번은 무슨, 일 년에 한 번도 잘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요양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어린아이일 적에 요양원 위문 방문을 해본 적이 있었던 게 퍼뜩 기억이 났다. 그 때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닌데 내가 왜 가지? 그 분들도 내가 친손자가 아닌데 반겨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나 로봇요양원을 방문한 인간아이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다치지 않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뽁뽁이를 끔찍이 싫어하는 장면도 마치 아직 정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휠체어나 지팡이 사용을 질색하는 것과 겹쳐 보여서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


“세상이 이러면 안 되지! 우리의 자유와 존엄은 어디로 갔지? 우린 철장 안 원숭이나 전시품 따위가 아니야!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정말로 우리를 생각해준다면, 적어도 선택권이라도 줄 수 있는 거 아냐?”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 175p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로봇 중 그 누구도 심오하게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탐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스스로의 손으로 결정하고 싶을 뿐이다. 남들이 정해주는 가치는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순 없다. 알게 뭐야? 일단 이렇게 깨어났으니, 내 마음대로 살고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죽음마저도.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은 의도치 않게 그들이 양로원을 탈출하게되면서 벌어지는 모험극과 활극이었는데 그 부분이 생각만큼 길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들이 좀 더 깽판(?)을 쳐주길 기대했는데🙄🙄 하지만 왠지 내가 기대하는 그런 좌충우돌 활극은 엔딩 이후에 존재할 것 같으니…혹시라도 작가님이 내주실 후속작을 기대해본다ㅎㅎ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제 인간들은 인간보다 로봇을 더 친숙한 존재로 느끼고 있었다. 민수 역시 그들의 심경을 아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육아 로봇의 손에 커서 장례지도사 로봇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모든 인간이 그랬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이 로봇을 아예 부모처럼 여기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54

"넌 이런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야? 막 더러운 노래라든가, 아니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모든 노래는 다 좋은 노래야. 그중에 더더욱 전설적으로 좋은 노래가 있을 뿐이지. 자, 다음 곡 간다." - P149

"세상이 이러면 안 되지! 우리의 자유와 존엄은 어디로 갔지? 우린 철장 안 원숭이나 전시품 따위가 아니야!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정말로 우리를 생각해준다면, 적어도 선택권이라도 줄 수 있는 거 아냐?"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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