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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평점 :
몇 년 전에 <죽여 마땅한 사람들The Kind Worth Killing>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스릴러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겨냥한 교묘하고 스타일리쉬한 이야기에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작가의 차기작이 나왔다고 한다. 심지어 그 소설의 후속작이란다. 제목마저 라임을 맞춰 <살려 마땅한 사람들The Kind Worth Saving>.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가제본으로 먼저 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이라는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독자들에게 실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교묘하게 던지는 소설이었다. 세상에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는 게 과연 존재 하는지, 존재한다면 누가 그 심판자 역할을 맡아야 공정한지, 우리는 과연 심판자를 지지할 수 있는지, 그 살인을 지지하는 우리는 과연 아무 죄 없이 무결한지... 그와 비교하자면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보다 순수하게 오락적 목적에 충실한 심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결코 전작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대하던 작품의 후속작을 펼쳤다가 전작의 멋진 결말을 후속작의 전개를 위해 후려친다거나, 전작의 등장 인물들이 후속작의 새 등장인물을 멋지게 묘사하기 위해 바보처럼 움직인다거나 하는 것을 보고 괜히 읽었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영리하게도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반복하는 대신, 전작에서 사랑받았던 등장인물들을 적극 활용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전작에서 릴리를 뒤쫓던 형사 킴벌-이제 그는 형사가 아니라 사립 탐정이지만-의 시점으로 다시 시작한다. 그는 이전 자신의 제자였던 조앤의 의뢰-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니 증거를 잡아달라-는 받아들이지만 예기치 못하게 그 바람 상대 여성과 가까워지고, 급기야는 조앤의 남편과 바람 상대 여성의 시신을 제일 먼저 발견하는 목격자가 되고 만다. 이건 과연 우연일까? 그게 아니라면...?
킴벌의 시점과 교차로 진행되는 1부 조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의 릴리의 행적을 떠올리게 된다. 조앤이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남자는 꽤 "죽여 마땅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왜인지 석연치않은 느낌이 든다. 전작에서 릴리의 살인을 은밀하게 응원했던 것처럼 그녀를 응원할 수 없는 이유는 왜일까. 우리가, 킴벌이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걸까? 의문을 품은 채 책장을 넘기다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느끼던 석연치않음의 원인을 깨닫게 된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인데도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무엇보다 전작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살인 경력자(ㅎㅎ) 안티 히어로 릴리의 존재가 딱 시기적절하게 등장하고, 또 그녀의 성격과 포지션이 후속작에서도 결코 빛을 바래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몇 년 만의 후속작인데도 마치 바로 연재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이어져 독서 시간 내내 즐거웠다. 단점이라면 읽고 나서 자꾸 전작을 다시 읽고싶어진다는 것 정도....?!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