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 거창하게 마법 살롱이지만 이 이야기에 화려한 마법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녀 미용사들은 그저 흔하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손님들의 머리를 만지고 자르고 다듬는다. 머리가 드라마틱하게 화려해졌다는 얘기도, 푸석푸석한 개털이 갑자기 비단결이 됐다는 얘기도 없다. 그런 '마법'같은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유감이다. 심지어 손님들의 상처도 결코 거창한 방식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손님들은 그저 의자에 앉아 가만히 머리를 맡겼다가... 스스로 일어날 힘을 얻어 가게를 나갈 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서 더 마법 같은 이야기다.
단순히 제인과 그녀의 견습 마녀 미용사들이 손님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이야기였다면 그렇게까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직 엉킨 머리를 풀어주듯 꼬여있던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줄 뿐이고, 실마리는 손님들이 직접 잡는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미용사들 또한 스스로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고 있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나간다.
힐링 소설인만큼 각자가 품은 상처가 무겁지만 결코 상처를 자극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들에게 할애하는 지면은 극히 축소되어 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가해자가 여럿 등장하지만 마법으로 그들이 고통을 받는 일도 없고 흔한 권선징악 결말처럼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조금 김 새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가해자들에게 지면을 할애하는 대신 미용실을 찾은 손님들이 마음 속의 스스로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일에 더 집중한다.
특히나 굴러들어온 돌로 시작한 미미가, 마치 제인이 그랬듯 스스로 '미미'가 되어 미용실을 자신의 '집'으로 정하기로 결심하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다고 느끼며 살아오던 그녀가 마침내 자기가 머물 자리를 스스로 찾은 것 같아서 내가 다 기쁜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은근히 톡톡 튀는 매력이 있던 정의로운 박 순경이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 마녀미용실이자 미녀미용실의 다음 손님이 되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왠지 박 순경은 혼자 앓기보다는 시원하게 운동 한 번 하고 고민을 훌훌 털어버릴 타입 같기도 하고ㅋㅋ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 딱 맞는 따뜻한 소설이라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미용실 유목민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는 나에게도 언젠가 제인살롱, 아니 미녀미용실 같은 곳이 나타나길 바라며ㅎㅎ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