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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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웨덴의 유명 남배우의 외형을 한 AI 젖병소독기와 인자한 할머니의 모습을 한 영아송영시스템 이야기.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멀고도 낯선 미래지만 결코 멀지 않다. 근본적으로 이 단편들에서 다루고 있는 근미래의 서비스가 터무니없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는 그것이기 때문이리라.

두 이야기 모두 정신이 없다. 완성도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화자들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아기.

"적응이란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는 무자비한 독재자거든요. 난 태어났고, 이제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적응? 웃기고 있네. 어, 혼자 핸드폰 봐? 나 울 거야. 어, 날 내려놨어? 나 운다. 어, 잉, 했는데 바로 안 와? 사이렌 켠다. 어, 눈 떴는데 옆에 없어? 어, 배고픈데? 어, 나 기저귀 불쾌한데? 어, 못 보던 건데? 어, 들어본 적 없는 건데? 어, 뭔지 몰라도 하여튼 별론데? 난 무조건 울 거야. 네가 알아서 달래. 하루가 이런 식으로 지나가면, 똑같은 하루가 또 시작됩니다."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中

그야말로 무간지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나날 속에서...그들에게 미래형 구원이 나타나는 것이다. 각각 잘생긴 북유럽 남배우의 얼굴을 가진 젖병 소독 AI와, 다정하고 인자한 말투와 외형을 가진 영아송영 시스템으로 현현하여.

하지만 이 미래형 구원은 주인공들에게 육아의 지독한 현실을 잊게해주지도 않고, 시도때도 없는 아기의 울음소리나 무간지옥처럼 반복해야하는 분유 급여의 굴레로부터 원천적으로 분리해주지도 않는다. 그들이 이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그런 꿈 같은 근사한 서비스가 아니다. 그들은 주인공들에게 '말'을 걸어준다. 그 대화는 유럽 축구 리그의 현황과 유명 축구선수의 주급 같은... 사실은 육아와 단 1mg도 관련이 없는 성질의 것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 대화에서 위안과 힘을 얻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멋지고 완벽한 육아 시스템이 아이를 짠, 하고 길러내어 부모 앞에 선물처럼 돌려주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일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그런 미래의 모습을, 이경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특히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요전에 모 SF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궁금했던 단편이었는데, 운 좋게 서평단에 당첨된 덕분에 귀한 이야기를 먼저 접해볼 수 있어 좋았다. 기대했던 만큼 독특하고 유쾌한 소설이어서 책장을 다 넘기고도 내내 즐거웠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빨리 읽고 싶은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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