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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21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자동차도 10부제가 있는데, 인간이라고 요일제를 못할까? 단, 서로 공유해야하는 것은 꽉 막힌 도로 위 주차장이 아니라 신체다.
7명이 돌아가며 신체를 공유한다는 개념과 가상현실공간이라는, 다분히 정석적인 SF소재를 사용하지만 이 소재들이 뿌리를 내린 곳은 다름아닌 한국이다. 신체를 공유하고 가상현실 속을 돌아다니는 세계여도 여전히 새해 첫날 불꽃놀이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하는 세계. 돈이 없으면 몸조차 온전히 소유할 수 없지만, 돈이 있다면 혼자서 365일 내내 나의 온전한 육체를 소유할 수 있고, 휴대폰부터 옷까지 모든 것을 대여하고 살 수 있는 세계.
타인과 신체를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맞지 않는 룸메이트와 방을 공유하는 것도 불편하게 느끼는 게 사람인데, 방도 아니고 내 신체를. 그것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건 일주일 중 단 하루, 일 년에 고작 50여일 정도뿐이라니. 심지어 나는 나와 이 신체를 공유하는 사람들과는 영원히 만날 수 없다. 그저 제한된 채팅창에서 건조한 텍스트로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일 뿐. 심지어는 친구조차도 내 마음대로 아무나 고를 수 없다. 수요일에 눈 뜨는 사람이 사귈 수 있는 친구나 애인은 오로지 같은 수요일에 눈 뜨는 사람들 뿐이다.
공유신체 요일제라는 설정 때문인지 예전에 보았던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디스토피아 영화도 조금 생각이 났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에는 산아제한이 걸려있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명의 아이덴티티를 일곱 명이 공유한다는 설정이지만... 자신의 온전한 삶에 대한 욕망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추진력이 된다는 점에서는 약간 궤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자신과 같은 육체를 공유하는 '화인' 지나의 계략에 휘말린 주인공 울림은 끔찍이도 무서워하는 물에서 살해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조작된 증거로 인해 오히려 공유신체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누명을 벗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울림에게 전혀 기대한 적도 없던 과거의 인연을 다시 만나게 해주며, 이야기는 점점 더 다채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그들이 움직이는 행동원리의 기저에 사랑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가족 같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 까마득한 재능을 가진 친구에 대한 동경. 그리고 심지어... 자기애까지도.
울림의 진심은 거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겨우 문장으로 완성되지만 그녀는 전혀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여기,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니까.
(출판사로부터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