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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장아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희미가 비명을 터뜨렸다.
"왜 하필 곤줄박이야!" -24p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이다. 사람과 사람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글이라,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까지 미소를 머금은 채 읽었다.
이야기는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허무맹랑하게 시작한다. 소녀, 희미는 동네의 오래된 신목에 짝사랑 하는 상대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러 간다. 하지만 순간의 질투 때문에 소원은 말 그대로 '삐끗'하게 되고, 소원은 짝사랑 상대인 준후와 희미를 이어주기는커녕 준후를 웬 작은 새 한 마리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왜?'를 물을 수도 있겠지만 희미는 '왜?'를 묻지 않는다. 희미와 함께 사건을 목격한 민진과 새별 역시 '왜?'를 묻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갑자기 조별과제 조원으로 강제로 묶인 사람들처럼 삐걱거리며, 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에 집중한다.
오래된 한옥과 우물, 신목, 조왕신 같은 아주 낡고 오래된 전통적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낡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막 개발이 되기 시작한 신도시를 배경으로, 즉석사진, 와플에 젤라또, 인스타 같은 현대적인 요소들이 한데 모여 마법 같이 잘 어우러진다.
신시가지에 살지만 도저히 그 집을 자신의 집이라 느끼지 못하는 민진, 동네가 점점 세련되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양옥도 아닌 한옥에 살고 있는 목수의 딸 희미, 그리고 그런 모든 도시를 너무나 사랑하는 새별. 소설은 이 세 소녀가 도시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분투하는 모습을 사랑스럽지만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분당 옆 구시가지(사실은 분당이 성남시 '분당구'인 것이지만 오래 살던 사람들은 분당을 그냥 분당, 그리고 분당이 아닌 성남을 '구시가지'라고 불렀다. 요즘은 다들 이런 표현을 최대한 삼가는 것 같다)에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나에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시가지'라는 호칭과 변화해가는 도시의 풍경은 결코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내 중학교 하교길은 언제나 재개발 이슈와 관련된 소음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 소음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실제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떠난 빈집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적막으로 바뀌었다. 마치 게임에서 채널을 바꾼 것처럼 길 하나만 건너면 풍경이 변하는 동네. 곧 헐릴 예정이라 깨진 창문도 무너진 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그대로 방치된 동네. 그런 동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도 될 예민한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억해야 할 게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니까.
이 소설은 말하자면, 지금 한국 여기저기에 생겨나고 있는 그런 신도시, 신시가지에 대한 애정의 기록이기도 한 셈이다.
준후는 결국 이들의 힘으로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재미있게도 결말에서 사랑의 행방은 쏙 빠져있다. 준후는 부외자로 밀려나고, 오히려 이야기 내내 서로 결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던 희미와 민진, 새별은 은근한 단짝친구가 되어 있다. 일종의 전우애라고 하면 조금 우스울까? 그들은 같이 도시의 땅을 밟고,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냄새를 공유한 사이가 됐다. 변화해가는 도시를 기억하는 유일한 공범자가 된 셈이다.
이야기가 여기에서 맺어지는 것이 완결성도 있고 아름답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세 명이 함께 보내는 2학년 생활이 보고싶다는 욕심도 조금 들었다...
말은, 언어는 힘을 가진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사랑과 다정을 담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소설이다. 고등학생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성장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희미가 비명을 터뜨렸다. "왜 하필 곤줄박이야!"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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