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
로절린드 스톱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인을 결심한 건 그 남자를 알게된 지 이틀 만이었다.


사실 제목이랑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고선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같은 코지 미스터리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같은 좌충우돌 코믹 활극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건 코지 미스터리도, 코믹 활극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가족소설이나 성장소설에 가까운 느낌.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여자들이 서로 연대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나가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메그, 그레이스, 대프니는 함께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며 친분을 다지는 노부인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이제 그런 사정을 함부로 들추는 것마저 상처라는 걸 아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저 함께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방향으로 우정을 다질 뿐 그 이상 선을 넘지는 않는 관계. 그게 그들의 관계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조용한 일상에 어떤 소녀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뒤바뀐다.

그들은 소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도움을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들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살인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된다. 


문장 중간중간에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날카로운 유머가 들어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코믹스러운 활극이 아니기에 이야기는 결코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들은 다들 일흔 살 먹은 노인이고, 뛰는 것도 어렵고, 가끔은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때때로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짓눌려 공황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도움을 주는 옆집 청년도, 소개받은 살인청부업자도 영 미덥지 못하다. 계획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고 실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니나를, 니나의 친구들을 구하는 것은 곧 과거의 아픔에 고통스러워하는 과거의 그들을 스스로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얘야, 다들 영화나 소설처럼 할 줄 알았다면 세상은 달라졌을 거야.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야하는 거지. 가능하면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하는 거고. 그런 다음 그걸 해결해 가는 거란다.


그레이스가 의기소침해진 니나를 달래며 건넨 이 말은 꼭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그 누구도, 웃기지만 그 누구도 소설 주인공이나 영화 주인공 같지 않다. (소설인데!) 하지만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용기를 내어서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한다. 그런 다음? 멋지게 해결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동네 #초보자를위한살인가이드 #로절린드스톱스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