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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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 - 건널목의 유령


제노사이드로 독자들을 뒤흔들어놨던 다카노 가즈아키 신작이라니? 안 볼 수 없지....

건널목의 유령은 한때 사회부 기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병에 걸린 아내를 먼저 보낸 후 여성지 프리랜서 기자가 된 마쓰다가 도쿄의 어떤 건널목에 나타난 유령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90년대의 취재 과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인 묘사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주먹이 오고가는 것도 아닌데 오직 문장만으로도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출력 덕분에 짧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길었어도 너무나 좋았겠지만ㅎㅎ... 


한 품은 유령이라는 소재는 사실 자칫 잘못 다루면 유치하게 보이기 쉬운데, 마쓰다가 그녀의 자취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녀의 처지에 이입하게 되고 결국은 마쓰다가 그녀의 한을 풀어주고 정의를 구현하기를 절실하게 바라게 된다. 그저 그녀가 영혼만이라도 집으로, 고향으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독자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몰입해 끌고가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초반에 프리랜서 기자인 마쓰다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고만 생각했던 비리 정치인의 이름이 다시 튀어나왔을 때엔 전율도 느껴졌다. 


처음에 읽었을 땐 엔딩에 다소 의아함을 느꼈다. 한때 사회부에 몸담았던 기자가 정치계의 추악함을 폭로해 정의를 구현하는 통쾌한 고발극도 아니고, 으스스함은 당연히 있지만, 유령이 사람에게 겁을 주는 게 주 목적인 공포극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제노사이드를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그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결말이 조금 싱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람도 유령도,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비리와 부조리... 그 부조리에 발을 걸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결말을 맞이했다. 마치 사람들이 '귀신은 뭐 하나 저런 놈 안 잡아가고!'라고 말하는 걸 누군가 엿들은 듯이. 그런 의미에서는 약간 장화홍련이 생각나기도 했고... 


결국 세상을 언제나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하는 것은 대가 없는 선의와 정의로운 마음이라는, 구태의연하지만 결코 싫어할수 없는 진리의 문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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