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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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토록 다르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42) "308호 방이 비었다면 그 방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그 때를 기억하고 싶어서요."
(45) 지금 이 순간 나 하나 정도 이 세상에서 조용히 소멸한대도 누구 하나 가슴 치며 아파하지 않을 거라는 아픈 상념이 매운 연기 속으로 스며든다.

'나'가 따라가는 L의 흔적, 왜 저렇게 행동하고 말할까? 어떻게 저렇게 한 사람의 심연으로 깊이 빠져드는 걸까하고 신기하고 놀랍게 읽다보면 역설적이게도 인간이라서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에 한없이 공감하며 줄을 긋고 있는 날 발견한다. 특히, 경험한 적 있는 깊은 섬세한 감정을 건드릴 때면 글을 읽다 문득 멈춰서서 여러 번 읽는다.
(29)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침착하게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는 침묵이 편안하기만 했다. 침묵은 마치 노래를 할 줄 모르는 새가 물고 있는 램프 같았다. 너무 밝지 않아서 부드럽고 그리 어두운 것도 아니어서 불안하지도 않은, 은은하고 고요한 불빛.

이 책 전체가 '연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연민은 나, 너 철저히 다른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공통점 '고통'을 나의 것처럼 서로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민에 '우월성'의 옷을 입히면 연민에 대해 고뇌하게 된다. 류재이 피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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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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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떠나게 되는 자전거 여행의 시작을 따라가다 언제 책이 끝났는지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작가의 말까지 다읽고 나니, 다음 여행지가 궁금해 진다. 나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다, 당장.
시련과 고난의 절정의 사건을 지나 맞이하는 그 순간, 그 때 작품에 몰입해서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늘 좋다. 그 색깔이 다양해서 더 좋은데 이번 [불편한 자전거 여행]은 초록색이다. 그것도 여름의 짙푸른 무성한 초록색.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났다. 향긋하고 서늘한 숲 향기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입으로, 코로 신선한 공기가 저절로 들어왔다. 이렇게 한참 달리고 나면 온몸에서 숲 향기가 날 것 같았다. (158)

지침 몸에 들어오는 숲 향기가 나도 느껴 졌다.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커다란 초록 성당에 들어온 안온한 기분,

빨리 달리니까 주위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나무 종류가 달라지면서 향기가 변하고 햇빛이 밝아졌다. 나무들 키가 작아지면서 하늘이 넓어지고 공기가 따뜻해졌다.(158)

나도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자전거 패달을 밟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다. (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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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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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비에서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극찬에 너무 기대를 한 것일까요? 재밌지가 않네요. 내 탓일까요, 책 탓일까요, 내 탓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함께 Rebecca Solnit의 책을 읽어서 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하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로서의 삶들이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덧씌운 에세이나 주장하는 글 한 편을 본 듯 했다. 그들이 살아숨쉬게 할 세세한 감정이나 말, 행동에 대한 묘사보다는 역사적 고증을 듣는 듯 했다. 어쩌면 나의 문학적 상상력의 깊이가 얇아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내가 풍부한 상상력과 묘사력을 발휘해서 이해해야 하는데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가 완전하지 못하다고 탓하는 게으른 독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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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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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고 했던 톨루즈 로트렉의 말이 떠올랐다. '추하다'는 말보다 '서글프다'로 바꾸면 이 책과 더 어울릴까. 책을 덮어도 "자네 혼자 잘 묵고 잘살자고 지리산서 그 고생을 했는가? 자네는 대체 멋을 위해  목심을 건 것이여!"라는 아버지의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 말을 하는 그는 마치 하늘에서 사람들을 구원하러 온 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숭고한 정신은 고귀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지, 그런 게 인생이지, 그래서 한없이 슬프고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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